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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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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승자독식사회, 2류는 설 곳이 없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회계사)

  • 기사입력 : 2022-01-09 20: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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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의 새로운 기술이 발명됨에 따라 일자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승자독식구조는 가속되고 있으며 그 끝을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소비사회로 진전되면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대립적인 생산관계에서 상호적인 소비 관계로 이전됐다. 노동자가 마르크스를 배신하고 자본가와 동업자가 돼 소비 사회를 구축한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 끝없는 탐욕 때문에 소비 이데올로기에 빠져버릴 수 있음을 마르크스도 간과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2000년에 쓴 ‘소유의 종말’에서 “2050년이 되면 성인 인구의 불과 5%만으로도 기존의 산업 영역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획기적인 기술의 등장으로 승자독식구조가 강화된 예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첫째, 축음기의 발명은 공연 산업이 승자독식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많은 2류 가수들도 라이브 공연으로 먹고살 수 있었다. 일류 스타들이 모든 무대에 동시에 설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가수의 노래를 집에서 들을 수 있다면, 왜 굳이 2류 가수의 공연을 찾아가 돈을 내고 본단 말인가? 2류 가수들은 이제 먹고살 걱정을 해야만 했다. 두 집단 간 수익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경제학자 셔윈 로젠은 1981년 이러한 현상을 ‘슈퍼스타 경제’라 불렀다. 참고로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2020 세계 고소득 셀러브리티 100’에 따르면 1년간 수입(2019년 6월~2020년 5월, 세전 기준) 1위는 미국 모델 겸 사업가 카일리 제너로 5억90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는 5000만달러(약 600억)로 47위에 올랐다(빅히트의 상장으로 인한 소득은 별도).

    둘째, 위성 TV는 축구 선수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오늘날 축구 선수에게 위성 TV는 음악가에게 축음기, 혹은 19세기 산업가에게 전신과 같은 존재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오직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만이 최고의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수억 명의 팬들이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다. 이것은 축구 중계 덕분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TV 방송국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축구 시장이 커지면서 최고 선수와 일반 선수 사이의 소득 격차도 커졌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최고 축구 선수의 연봉은 3부 리그, 혹은 50위권 팀에서 뛰는 선수보다 2배 정도 높았다. 그러나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그 아래 리그보다 25배나 더 높다.

    셋째, 지난 몇 십 년 동안 시장 지배력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즉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낸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독식하고 있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메타’로 변경,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머리글자이며, ‘팡’이라 부름)이라고 불리는 미국 5대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은 프랑스 전체 경제 규모를 능가한다. 사용자 수를 놓고 보면,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는 세계 최대인 중국 인구보다도 많다. 이들은 ‘데이터’와 ‘관심’이라는 우리들의 값비싼 재료를 공짜로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 이들 기업이 벌어 들인 수입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만 한다. 이 일환으로 연결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대해 2023년부터 디지털세(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가 발효된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승자들이 독식한 부를 어떤 방식으로든 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한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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