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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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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2)

- 눈대중, 고른수, 들이

  • 기사입력 : 2022-01-05 08: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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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6쪽부터 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 ‘꼭 맞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맞다’는 ‘두 그림이 틀리지 않다’는 뜻으로 그 쓰임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말을 쓰고자 했다면 ‘일치’라는 말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열 한 째 줄에 ‘눈대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눈으로 보아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비슷한 말로 ‘눈어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이 앞에 있는데 그다음에 ‘걸음짐작’이라는 말이 나와서 저로서는 좀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왜냐하면 ‘눈대중’이 ‘눈으로 보아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이고 ‘발걸음으로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을 가진 ‘발대중’이라는 말이 있는데 왜 ‘걸음짐작’이라는 말을 썼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걸음짐작’이라는 말이 말 집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긴 합니다. ‘짐작(斟酌)’이라는 말이 한자 말이고 같은 뜻을 가진 ‘발대중’이라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걸음짐작’을 쓴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말이 나온 김에 비슷한 짜임으로 된 말 몇 가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대중’이라는 말이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이 있는 말이기 때문에 ‘손대중’은 ‘손으로 쥐거나 들어 보아 어림으로 하는 헤아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어림하는 일’을 ‘속대중’이라고 하고 ‘겉으로 어림하는 일’을 ‘겉대중’이라고 합니다. ‘한대중’이라는 말도 있는데 ‘앞과 다름이 없는 같은 만큼(정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좀 더 나아가 ‘대중말’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표준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열한째 줄에 ‘실지재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서 ‘실지’라는 말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다’는 말이 ‘자, 저울, 따위로 길이 무게 따위를 알아보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재기’라고 하면 ‘자로 길이를 알아보기’라는 뜻이 되므로 그냥 ‘재기’라고 하든지 ‘재어보기’라고 하면 ‘눈대중-발대중-재(어보)기’로 짝이 맞추어지게 됩니다.

    7쪽 위에 있는 표 안에 ‘고른수’라는 말은 요즘 책에서 쓰는 ‘평균’이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이 말이 ‘고르다’의 매김꼴 ‘고른’에 ‘수(數)’를 더한 짜임이기 때문에 ‘수’를 뜻하는 ‘셈’을 넣어 ‘고른셈’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첫째 줄에 ‘그릇’과 ‘들이’가 나옵니다. ‘그릇’은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새로운 말을 만들 때 이 ‘그릇’이라는 말을 가지고 만들었으면 좋겠고 ‘용기(用器)’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그릇’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들이’라는 말도 ‘용적’, ‘용량’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갈음해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해도 새롭게 바뀐 만큼 우리 스스로 우리 토박이말을 맞는 몸씨와 마음씨도 새롭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쉬운 토박이말로 배움책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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