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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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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친박·친이, 대통령과 사면 그리고 윤석열-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 기사입력 : 2021-12-30 21: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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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정당에는 친박·친이라는 두 계보가 있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들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주의 성향 노선이다. 반면 친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신자유주의 성향 정치를 했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두 전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는데 52년생으로 형 만기가 2039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 된 반면, 11년이나 더 고령으로 2037년이 만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됐다. 사면 이유로 박 전대통령의 수형기간이 좀 더 길고, 건강이 나빴다고는 하지만 친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면 직후 여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편이었다. 27일 쿠기뉴스 데이터리서치조사에 의하면 박 전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65.2%가 잘했다(잘못했다 31.8%)라고 한 반면, 이명박 전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것에 대해 55.4%가 잘했다(잘못했다 39.3%)라고 했다. 왜일까? 혹자는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여성이기에 연민의 정이 더 컸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봐야 할 것은 두 대통령 즉 친박과 친이의 정치노선의 차이일 것이다.

    두 진영의 정치 노선의 차이는 두 전 대통령의 과거 선거 캠페인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명박은 약체 정동영을 상대로 시장경쟁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부자되세요’라고 하고 새벽 국밥집에서 욕을 들으면서 ‘경제나 살려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반면 박근혜 캠페인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문재인을 상대로 냉혹한 시장경쟁에 대해 ‘법치사회’, ‘원칙이 선 자본주의’,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국민행복’으로 맞섰다. 그 결과 이기기 쉽지 않은 선거를 이겼다. 두 사람의 선거캠페인을 비교 해보면 이명박은 국가나 민족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앞세우는 냉혹한 무한 경쟁체제 즉 신자유주였다면, 박근혜는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면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국민 행복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에 가깝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명박은 선사후공(先私後公), 박근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였다.

    실제 두 대통령은 임기 내 정책에서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경쟁원리를 놓고 본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까지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심지어 교육에까지 도입해 평준화를 축소하면서 특목고, 자사고를 확대한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 이외 교육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체제 도입에 신중한 편으로 평준화 정책을 유지했다. 복지정책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국민에게 두 주장이 어떻게 받아졌을까? 아마도 냉혹한 경쟁을 이야기하면서 선사후공을 주장하는 정치인보다 경쟁을 하더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라면서 선공후사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훨씬 더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좀 더 도덕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자유주의는 인기가 없었다. 거기다가 보수 자유주의자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앞세웠다. 그래서 국민 정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이번 특별사면에 대한 여론도 그렇게 반영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친박·친이 노선이 후보들의 운명을 갈랐다. 최재형이 등장했을 때, 지지층에서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재형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이승만을 들고, 국가와 개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유주의 입장에 서는 순간 지지율이 꺾였다. 학습효과일까? 윤석열은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라고 정답을 맞췄다. 그러나 평소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을 보면 자유주의에 가깝다. 그리고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 대다수가 친이다. 그래서 윤석열과 자유주의 정책을 폈던 인물그림 그림도는 국민들에게 호감도가 낮다. 그렇다고 박근혜 마케팅만 했던 친박 정치인들이 비교우위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친박과 친이로부터 자유로웠던 윤석열이 보수정당 후보가 됐다면, 친이와 친박의 과거 정책 노선에 대한 입장은 있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당 내 정치인의 역할이 그려져야 했다. 아쉽게도 지금 윤석열 후보에게는 그런 콘셉트나 그림이 안 보인다. 그래서 윤석열이 최근 고전을 하고 있다.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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