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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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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도시재생-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12-21 20: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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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프랑스 남부 레보 드 프로방스의 옛 채석장이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작품 이미지로 채워졌다. 프랑스 기업 컬처 스페이스가 1935년 문 닫은 이래 80여년간 버려져 있던 공간을 ‘빛의 채석장’이란 이름의 전시장으로 바꾼 것이다. 두 번째 전시장은 파리 11구의 낡은 철제주조공장을 개조한 ‘빛의 아틀리에’다. 빈 공간에 문화 온기가 채워지면서, 매년 60만명이 드나드는 명소로 떠올랐다.

    ▼국내서도 이 전시장을 볼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숨겨져 있던 해저 광케이블 벙커를 2018년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만든 ‘빛의 벙커’다. 900평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 내부가 모두 캔버스다. 프로젝터로 벽면에 영상을 투사시켜 명화를 쏟아낸다. 관람객들은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수십 개의 스피커로 부활한 음악과 빛의 향연은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세계 3대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런던 테이트 모던은 1995년 폐화력발전소를 활용해 지어졌다. 발전기를 제외하고 공간의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도시재생의 전환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건 2013년. 2017년부터 동네를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도시정비’에서 벗어나 쇠퇴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으로 변화 중이다.

    ▼남해 미조면에 위치한 미조항 냉동창고가 지난달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미조’로 바뀌었다. 필수 설비였던 냉각용 열교환기는 철거 대신 설치미술로 대체됐다. 주민들은 이 공간이 예술을 품고 미조항의 역사를 보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가 크리스티앙 노르버그 슐츠는 ‘도시는 자연의 장소가 문화의 풍경으로 변형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도시재생은 어떤 도시를 미래에 물려주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힘은 문화에 있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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