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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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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공의료-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 회장)

  • 기사입력 : 2021-12-19 20: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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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를 민간 의료와 공공 의료로 나누면 공공 의료는 국가나 지자제 등이 투자 관리하는 것이고 민간 의료는 개인이 투자 관리하는 것이다. 민간 주도의 의료는 국가의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특히 가격 통제를 국가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 국가는 공공 의료의 공급을 늘려 민간 의료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하는 국민들의 의료 수요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영국 등 유럽의 국가들은 공공 의료가 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는 좀 특이하다. 가격을 국가가 통제를 하려고 하는데 공급은 하지 않는 특이한 구조이다. 병원은 민간 자본이 짓고 운영도 하는데 가격은 국가가 통제를 하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급여는 말할 것도 없고 비급여마저 신고를 하고 적정성을 평가하고 비교를 할 수 있게 한다. 의사들은 교육비와 투자비 운영비 등이 필요하나 수가의 결정권이 없고 원가의 70%정도 보상받으니 많은 환자를 보고 새로운 비급여를 개발하고 민간 보험 회사 상품에서 약점을 찾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비급여가 없거나 적은 필수 의료에는 사람이 적고 적은 인력으로 과한 노동을 하니 더 힘들어 지고 현장을 떠나게 된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정부는 당연한 듯이 민간 병원을 동원하고 있다. 민간 병원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협조하다가 나중에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져도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메르스 사태에서 학습을 잘 시켜 놓고도 말이다. 공공병원의 확충이 절실하다. 자본주의 의료 제도가 극심한 미국도 공공 병원이 30%가 넘는데 우리는 10%가 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는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그렇고 의료 수가의 안정도 그렇고 정부가 공공 병원을 늘려서 해결해야 되는데 민간 병원을 사회적·행정적으로 압박해 해결하고 있다. 정부는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공공 병원을 늘리고 공공 병원의 의료진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우수 인력이 오게 하고 매년 당연히 생기는 적자를 보존하고 할 것 같은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공공 병원을 만들겠다고 얘기는 계속하는데 예산 반영이 더디거나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하나의 공공 병원이라도 시범적으로 만들어 넓은 평수에 좋은 환경, 우수한 의료진, 국가 위기 시 사용할 수 있는 넉넉한 중환자실, 그래서 누구나 아프면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민간 병원을 동원해서 해결하겠다는 얘기이다. 민간 병원이 협조하지 않으면 협박과 여론몰이로 나쁜 사람 만들면 되니까.

    공공 병원을 만드는 데는 말 뿐인 정부가 공공 의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다분히 정치적 결정 같은데 그 예산이면 각 의과 대학에 공공 의료 정원 외 입학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다. 공공 의대를 나온 의사들이 필수 의료에 많이 간다는 보장도 없고 의무 연한이 끝나면 거의 민간 의료로 넘어갈 거다. 공군 파일럿 경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공공 병원을 많이 만들고 공공 병원 의료진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게 정답인데 선거 철인 요즘 보아도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관심이 없는 걸 보면 씁쓸할 뿐이다.

    코로나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요즘 중환자의 비중이 의외로 높아져서 중환자실이 모자라 위기이다. 중환자실에 대한 급여에서의 보상이 원가에도 못 미치니 평소에도 중환자실은 여유가 없는데 정부가 이 시점에서 하는 일은 행정명령으로 확보하라 한다. 병실과 장비는 억지로 맞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런 팬데믹이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변명하면 백 번 양보해서 인정해주어도 앞으로의 계획은 있어야 되지 않나?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개인이 자기 돈으로 공부하고 투자하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자산을 국민의 생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정명령 하겠지. 저항하면 생명보다는 돈밖에 모른다고 여론몰이 하겠지.

    물론 지금 상황에서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만….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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