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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20) 김해 웰컴레지던시

쉼 없는 예술 열정, 동네에 숨 불어넣다

  • 기사입력 : 2021-12-14 21: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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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이던 동네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도시개발 계획에서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도시마다 ‘원도심’은 구도심으로 불리며 활력을 잃어 갔다.

    재개발, 재건축에 한정돼 있던 도시재생사업은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주민 삶의 질의 향상으로 방향성을 정했다. 정부 역시 무분별한 물리적 재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도심과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도시재생에 ‘문화’가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도시재생을 ‘문화적’, ‘문화스럽게’ 하려는 지역이 늘고 있다. 김해 장유지역의 무계동 역시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을 곳곳 문화와 예술로 활력을 찾은 무계동 웰컴레지던시를 찾았다.

    김해 무계동 웰컴레지던시 활동 모습./김해 웰컴레지던시/
    김해 무계동 웰컴레지던시 활동 모습./김해 웰컴레지던시/

    무계동, 문화공간으로 재생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 일환 작년 9월 개관
    정미소 리모델링해 작업실·전시장 등 갖춰
    장르·나이·지역 제한 없이 작가들 입주 가능
    무계 주제로 한 지역민 대상 프로그램 운영
    주민·예술가 협업해 문화 가치 형성 ‘목표’

    ◇지역 주제로 창작하는 작가 ‘웰컴’=‘웰컴레지던시’는 김해시 무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시민과 예술가들의 거점으로 지역 주민과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형성하고 무계동 지역재생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에게 일정기간 특정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가는 이 공간을 거주, 전시, 작업실 등으로 활용하며 안정적인 창작기반을 확보한다는 데 장점이 있다. 이는 결국 작가의 성장은 물론이고 다른 예술가와 교류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120곳 이상의 레지던시가 운영되고 있는데, 웰컴레지던시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문화 매개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지난해 9월 도시재생 뉴딜사업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 일환으로 문을 연 김해시 무계동 ‘웰컴레지던시’. 세 번째 입주작가들의 결과전인 ‘무계 돌아 걷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시재생 뉴딜사업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 일환으로 문을 연 김해시 무계동 ‘웰컴레지던시’. 세 번째 입주작가들의 결과전인 ‘무계 돌아 걷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

    ‘웰컴’이라는 이름처럼 장르나 거주지, 나이 등 제한이 없이 창작에 대한 열정이 있는 작가라면 모두 대환영이다. 여타 레지던시처럼 작가의 창작 활동을 위한 지원금, 주거공간, 작업실, 작품 전시 등을 지원한다. 대신 이곳은 입주작가 선정 때 조건이 있다. 작업 주제가 지역인 ‘무계’여야 하며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작가마다 다른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횟수나 방법 등은 자율이다. 올해로 2년차가 된 레지던시는 회화, 영상, 시각, 문학, 음악,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몸을 담았다.

    처음 이 공간이 생겼을 때는 주민들의 반응은 ‘노 웰컴’이었다고 한다. 관심이 없거나 협조를 요청해도 시큰둥했다. 그러나 작가들과 매니저들이 매일 마주치는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설명하는 노력에 친밀함이 생겼다. 이젠 작가와 작품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레지던시는 기와지붕의 사무실을 가운데 두고 ㄷ자 구조로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왼편엔 지상 2층짜리 숙박동이 있는데, 이곳에 있는 담소방과 숙소, 세탁실을 입주작가들이 이용한다. 오른쪽엔 작업실 겸 전시장이 있다. 평소에는 주로 작업실로 활용한다. 레지던시에는 젊은 매니저 두 명이 상주하며 작가들과 상주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작업실 건물 옆면엔 붉게 녹슨 철문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설치미술 작품 같다는 말에 곽지만 매니저가 “원래 이곳이 정미소였다고 해요. 리모델링을 했는데, 이 문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 남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안혜경 매니저가 “혹시 사무실 천장 보셨나요? 나무로 된 서까래가 남아있어 운치를 더합니다”라고 설명을 거들었다.

    김해 웰컴레지던시 전경과 입간판.
    김해 웰컴레지던시 전경과 입간판.


    문화로 예술가·지역민 상생
    레지던시, 반기별로 운영… 총 3차례 진행
    마을투어 비롯한 작가교류 워크숍 등 열려
    입주작가와 연계한 어린이 프로그램 ‘호응’
    현재 하반기 전시 ‘무계 돌아 걷기’ 한창
    이달까지 무계 시선 담긴 회화·음악 등 선봬

    ◇주민 참여 프로그램 ‘인기’= 레지던시는 반기별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하반기까지 총 세 차례 작가들이 입주했다. 먼저 입주작가가 되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레지던시 시설물과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하고 레지던시가 위치한 무계마을의 자원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을투어를 진행하는데 작가들의 원활한 작품활동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작가교류 워크숍도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간 교류를 통해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작가들의 프로젝트 협업과 소통의 기회를 위한 기획인데, 지난 상반기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입주작가들과 김해를 탐방하며 지역을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쌓았다.

    작가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도 눈에 띈다. 작가들의 원활한 작품활동과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전문가를 만나 작업에 대한 고민과 조언을 나누기도 하고 평소 만나고 싶었던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한다.

    어린이 특화 프로그램은 레지던시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입주작가와 지역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감하며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돼 결과전시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지역의 소리를 녹음하고 동화를 쓰는 등 활동이 다양한 데다 모두 무료로 진행돼 당일에 접수가 마감되기도 한다. 안 매니저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쭈뼛거리는데요(웃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내 드로잉북을 만들거나 숲과 마을 둘레길을 따라 관찰하고 수집한 재료가 예술작품이 되니 무척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라고요”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지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아트투어’도 진행했다. 상반기엔 마을 곳곳에 작품을 내걸었는데 이를 입주작가가 직접 설명하고 함께 마을로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김해 웰컴레지던시의 어린이 특화 프로그램.
    김해 웰컴레지던시의 어린이 특화 프로그램.

    ◇로컬리즘 작업물 ‘한눈에’= 레지던시엔 세 번째 입주작가들의 결과전인 ‘무계 돌아 걷기’ 전시가 한창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웰컴레지던시 하반기 입주작가 10인(강길수, 김도영, 김수, 김진, 김형기, 서희정, 유행두, 이지현, 이진순, 최영동)이 무계동 마을 자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출품작을 만나볼 수 있다. 무계동을 주제로 하는 문학, 음악, 회화, 설치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는데 그야말로 다채로운 ‘무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실 밖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이지현 작가의 ‘기억’으로, 기억의 흐름을 영상과 악기가 주가 되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무계의 시간이 함축된 사물을 탁본, 수집한 김진 작가의 작품과 아이들은 사라지고 어르신만 남은 무계마을이 어린이들이 북적이고 마을의 화합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서희정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웰컴레지던시에 전시 중인 도자와 작품들.
    웰컴레지던시에 전시 중인 도자와 작품들.

    곽 매니저는 “전시 오픈일엔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마련됐는데요. 눈에 띄는 얼굴들이 많더라고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어린 친구들도 오고 마을 어르신들도 찾아주셔서 감사했죠”라고 말했다. 곽 매니저는 “전시가 이달 31일까지 열리거든요.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으니 많이 많이 와서 작가들이 탐색한 무계 곳곳의 일상과 사람,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탄생한 작품들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안 매니저는 “전시를 준비하고 작업을 진행한 작가들의 경험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김해의 새로운 예술 플랫폼을 제안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로컬리즘적 작업에 대한 여러 방향성을 고민하는 전시가 되면 좋겠어요”라며 바람을 전했다.

    더디지만 작가들과 시민들이 예술활동으로 문화를 주고받으며 도시재생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지역주민이 조력자가 돼야 점진적인 변화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다. 발길이 뜸한 마을 곳곳에 ‘예술’이 스며 예전의 영광을 찾는 그날을 기다린다.

    글= 정민주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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