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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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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국인의 분노, 고소 왕국이 되다- 이홍식(시인·수필가)

  • 기사입력 : 2021-12-14 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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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분노는 울컥하거나 버럭대는 형태가 많다. 노여움을 잘 타고 남을 잘 원망(怨望)하며 원한(怨恨)에 사무친 나머지 여러 가지 형태로 복수(復讐)까지 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이 심리적 근간에는 ‘남 탓’이 존재한다. 환경 탓, 부모 탓, 세상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의 기제는 노여움을 더욱 부채질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 그 선택의 대표적인 경우가 고소·고발이다. 숭실대학교 임상혁 교수의 저서 ‘나는 노비로소이다’에 따르면 조선 시대 인간 사회의 생활도 다르지 않아서 각종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신분제 사회에서 재산으로 취급됐던 노비와 관련된 소송이 많아서 임금이 넌더리를 낼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은 개인의 독립성과 시스템 적 접근을 강조하는 서구문화의 유입, 그리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영향으로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며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손해(損害)를 보고 살지 말라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고 그 결과, 분노를 억제하기보다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 많아졌으며 그런 현상 탓에 고소·고발이 많아진 것이다.

    요즘 TV를 켜면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자주 본다.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검 등 수사기관을 방문해 ‘고발장’이라는 서류 봉투를 들고 기자들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다. 이러한 고소·고발이 때로는 비리나 불의를 밝히는 공익에 부합하는 것도 있으나 정치적 이슈에 합세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목적이 보이거나 정치적 수단으로써 이슈의 당사자 일방을 위해 제기해주는 고소·고발도 흔한 것 같다. 이렇게 넘쳐 나는 고소·고발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법리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일단 하고 본다는 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소가 되든 말든 그저 고소·고발을 했다는 보도로 이슈를 잠재우거나 반대로 보도가 됨으로써 이슈를 키워 보려는 속셈이 많아 보인다. 사회의 복잡다단한 요구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루는 게 정치의 본령임을 망각한 채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며 고소·고발의 남발을 부추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고소·고발 건수는 약 50만 건에 이런다고 한다. 한 달 평균 4만 건이 넘는다. 우리나라와 형사 체계가 유사한 일본과 비교하면 40배가 넘으며, 일본의 경우 기준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이 7.3명이나 우리나라는 일본의 146배인 1068.7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니 한국이 ‘고소·고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는 것 같다. 이렇게 고소·고발이 많다 보니 허위 고소도 늘어나면서 실제 기소율은 20% 정도이며 80%의 무고한 시민들은 피 고소·고발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돼 수사 기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아야 하며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고통을 겪는 것이다.

    분쟁과 갈등,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은 인간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정식 법 절차에 의한 분쟁 해결을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형사 절차로의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이러다 보니 고소·고발의 남용에 따른 인권 침해와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는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3월 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이어 6월 1일에는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뽑는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있다. 따라서 선거 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고소·고발 사례가 충분히 예견되는 만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무고에 대한 과징금의 대폭적인 인상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최소한 허위에 의한 고소·고발로 무고한 시민들이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돼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홍식(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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