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침묵하는 달-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12-12 20:11:51
  •   

  • 새해 달력이 왔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의 가벼움과 아쉬움을 메우려는 듯 새 달력이 무겁게 느껴진다. 달력 앞에 서서 멍하게 남은 숫자를 들여다본다. 한 해의 끝을 향해 초읽기에 들어간 매년 이맘때쯤이면 습관처럼 ‘벌써?’라는 말을 되뇌이곤 한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겪었던 숱한 일들에 대한 감사와 보람보다 후회와 회한이 몰려온다.

    ▼그러나 일 년 열두 달을 각각의 의미를 담아 구분했던 인디언은 다르다. 이들은 숫자 대신에 고유한 특징을 담은 이름을 달마다 붙였는데, 12월에 대해 ‘다른 세상의 달(체로키족)’, ‘침묵하는 달(크리크족)’, ‘무소유의 달(퐁카족)’이라고 했다. 이를 보면 인디언들은 12월을 침묵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다가오는 다른 세상을 준비하는 달로 여긴 게 아닐까.

    ▼침묵한다는 것은 아무 말 없이 잠잠히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며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통해 자신을 비울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만든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아 지나온 한 해를 조용히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필요할 때다. 멀어진 친구는 없는지, 소홀히 한 계획은 없었는지, 주변 동료와 선후배, 부모님께 어떤 모습이었는지, 해보고 싶은 것을 놓친 것은 없는지….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오광수 시인은 ‘12월의 독백’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중략)/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시인의 고백처럼, 지난 한 해를 어눌하게나마 버리고 잊으며 보다 나은 새해를 준비해 보자. 다행인 것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