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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우리에게 이런 대통령 불가능한 것인가- 윤학(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 기사입력 : 2021-12-09 20: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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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선거가 아니라 싸움판이다. 이재명 후보는 “尹은 무능·무식·무당 ‘3무’”라고 비난하고 윤석열 후보 측은 “李는 무법·무정·무치”라고 맞받아친다. 서로 물고 물리는 비난전이 선거판을 지배할 것이다. 국민들은 싸움꾼만 나왔다며 점잖은 체하면서도 공격을 잘 할수록 더욱 열광하며 지지를 보낸다. 상대를 제압할 만한 싸움꾼이 아니면 카리스마가 없어 깜이 아니라며 얼마나 무시했던가.

    그러나 ‘네 편’ ‘내 편’ 싸움에 맛들인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던가. 친구도 가족도 편이 갈려 얼굴 붉히기 일쑤다. 그런 국민들이라면 그토록 지지했던 대통령도 결국 비난하며 감옥에 보내고 말 것이다. 이 얼마나 비참한 나라인가.

    10여년 전 내가 만드는 〈월간독자 Reader〉와 경쟁 잡지가 함께 홍보를 하게 됐다. 참석자 500여명 중 10%로 예상되는 독자를 서로 뺏고 뺏기는 게임이 될 것 같았다. 난감했다. 마이크가 주어지자 나는 그 잡지도 구독해 달라고 진심으로 호소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잡지사에 예상보다 3배도 넘는 사람들이 구독 신청해주는 게 아닌가.

    그때 한 신부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부님에게 한의사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한약 손님은 줄어드는데 길 건너에 또 한의원이 생겨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신부님은 “먼저 남의 한의원이 잘되게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은혜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그 거리에 한약방만 더 늘어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런데 얼마 후 그곳이 한약 거리로 소문나 손님들이 몰려들더라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남을 위한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다! 어느 날 특강을 하고 나오는데 한 아가씨가 다가와 “제가 뭐라도 돕고 싶어요” 했다. 나는 강의에서 사람들에게 정말 유익한 책을 만들고 싶은데 젊은이들이 대기업이나 공직만 선호해 늘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었다. 내 강의에 마음이 움직여 그녀가 즉흥적으로 하는 말이겠거니 하며 웃어 넘기고 말았다. 몇 년 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고액 연봉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에 오겠다는 것이다.

    〈월간독자 Reader〉를 매달 읽으면서 더 가치 있는 삶이 살고 싶어졌다고 했다. 책 편집에 초짜인 그녀에게 그런 연봉을 줄 수는 없다고 했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우리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녀의 첫 출근날 나는 마음 먹었다. ‘결국엔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줘야지!’ 6년 전,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며 모두가 집 사지 말고 전세를 살라고 떠들어 댔다. “이럴 때 오히려 집을 꼭 사야 해!” 7000만원 전세 살고 있던 그녀는 3억원도 넘는 아파트를 사라는 내 말에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면 집값이 폭등할 것이 뻔했다. 나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아파트 값이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 내가 메꿔줄게. 꼭 집을 사!” 내 말에 그녀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그녀의 집값은 네 배나 올랐다.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있어야 집을 산다고,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해도 몇십 년 넘게 걸리는 몹쓸 세상이라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봉이 높을수록 좋다”고. 그러나 그녀가 집을 산 것은 돈이 있어서도, 몇십 년간 저축해서도, 연봉 경쟁에 앞서서도 아니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선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남을 배려하다가는 손해만 볼 것 같은 이 험난한 경쟁 세상에서도 그것이 오히려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를 우리는 늘 경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이기는 게임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네 편’은 몰락시키고 ‘내 편’만 떠받드는 나라의 국민들이 잘 살 수는 없다. 이제 우리도 ‘네 편’을 더 잘 공략하는 싸움꾼 정치인이 아니라 ‘네 편’도 배려하는 더 품격있는 후보를 우리 대통령으로 선택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

    윤학(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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