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내 몸 안의 시간- 문장복((사)한국전통온열문화원 총재)

  • 기사입력 : 2021-11-18 20:35:17
  •   

  •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서로 만나면 ‘진지(辰支)드셨습니까’ 하는 안부의 인사말을 건네는 풍습이 있어왔다. 이제는 이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 인사에는 다분히 ‘끼니를 챙겨 드셨는지’에 대한 안부가 농후하므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해소된 이 시대엔 이런 인사말이 어울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인사말의 진의에는 우리 민족만이 알고 있는 놀라운 건강의 비결이 담겨져 있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이란 두 축에 의해 만물이 생멸(生滅)하므로 때와 장소는 성공과 실패, 나아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앞서 어느 때에 먹어야 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진지’란 하루의 시간을 12등분(子時~亥時)으로 나누어 2시간씩을 배당받은 각각의 기호 중의 하나이다.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를 진시(辰時)라고 하는데, 진시를 진지로 표현한 까닭에는 진시는 시간의 부호지만, 진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때에 이뤄지는 모든 상황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시가 되면 우리의 몸 안에서는 음식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해놓는다. 그래서 이때를 놓치면 밤 사이의 모든 노력들이 허사가 되고 말뿐만 아니라 밥이 들어올 것을 계산하여 소화, 흡수, 분류 등의 공정에 이르기까지 차질을 빚게 된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건강 문화는 21세기에 와서야 새삼 진지의 원리를 쫓아 아침을 꼭 챙겨 먹기를 권하고 있다. 저명한 대학과 단체, 전문가들이 줄을 이어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알리고 있다. 아침을 거르면 비만할 가능성이 4.5배 높으며, 당과 혈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아침에 밥(곡류: 쌀과 보리)을 챙겨 먹으면 피로를 덜 느끼며, 콜레스테롤 수치와 인슐린 분비도 안정적인 점. 그리고 기억력 및 집중력이 증가하여 학습효과를 높이는 등의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수천년 전부터 시간에 따른 몸 안의 생리규율을 알고 때에 맞춰 안부를 주고받았던 우리 선현들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장복((사)한국전통온열문화원 총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