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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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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신현세 한지장

한 장 한 장에 장인의 손길… 61년 ‘의령 전통한지’ 외길 인생
1961년 외삼촌 권유로 한지제조 입문
2002년 ‘신현세 전통한지’ 공방 열어

  • 기사입력 : 2021-11-17 2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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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간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천년종이’인 한지. 한지는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 국사봉 대동사라는 절에서 탄생했다는 설화가 있을 만큼 의령은 한지의 본고장이다. 의령은 한때 전국 한지 생산의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한지로 유명했다. 한지는 예전에 주로 겨울철 농한기에 생산됐으며 깨끗한 수질과 양질의 닥나무 원료가 필요했다. 신반천이 흐르는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과 하류인 부림면 신반리, 유곡천이 흐르는 유곡면 마두마을 등 세 곳은 겨울에도 청아한 물이 흐르고 닥나무가 많이 자생했던 곳으로 우리나라 한지 생산의 최적지였다. 당시에는 공방이 아니라 흐르는 개울가에 지통을 직접 설치해 놓고 사람을 시켜 종이를 뜬 후 한지를 만들어 중간상인을 통해 유통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전국적으로 한지 유통 및 도배 관련 업체에 의령 출신들이 많았다고 한다.

    기계한지와 저가의 중국산 및 태국산 한지 등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전통한지를 만드는 한지 공방들이 대부분 도산하거나 이직했지만 61년간 오직 의령 전통한지만을 제조해 오는 장인이 있다. 바로 의령군 지정면 출신 신현세(74) 한지장이다. 한지장은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다. 그는 의령전통한지 제조 기술 보존 및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7년 ‘의령한지장’으로 지정됐다. 이어 지난 4월에는 경남도 무형문화재(제46호)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됐고 마침내 지난 7월에는 국가 무형문화재(제713호)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신현세 한지장이 발틀을 이용해 종이뜨기를 하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발틀을 이용해 종이뜨기를 하고 있다.

    신 한지장이 한지 제조를 처음 배운 시기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961년 14살 때다. 그는 “한지 제조에 입문한 것은 외삼촌(권영록)의 권유에다 먹고살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외할아버지(권진현)으로부터 한지 제조기술를 배운 외삼촌으로부터 1년간 제조기술을 배웠다. 이어 동네 대선배인 강동훈에게서 다시 1년간 제조기술을 습득하면서 숙련도가 매우 높아졌다.

    신 한지장은 1961년부터 1983년까지 23년간 의령 한지업체에서 근무하며 장판지 발잡이, 장판지 뒷일, 장판지 기술자, 실창호지 및 화선지 기술을 배웠다.

    1983년에는 외삼촌과 형이 종이를 뜨고 있었던 서울 세검정(조지서)으로 옮겨 일하면서 기술력과 시야가 넓어졌다. 당시 세검정에서는 장판지와 고약제조에 필요한 고약지 등을 제조했다. 이후 1996년까지 경기와 강원, 경북 지역 한지업체에 종사하면서 한지의 원료조성과 처리, 화선지, 배접지, 백지, 색지, 창호지, 100호지 제조기술을 배우면서 한지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기계한지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한지 제조기계는 조금만 가동해도 사람이 수작업으로 1년 뜨는 것보다 생산량이 많아 지장들은 이때부터 서서히 사라졌다.

    신 한지장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는 충남 천안의 한솔문화재단 전통한지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당시 통일신라시대 백지묵서다라니경 유물보수 용지개발과 전통지 재현, 고해(닥 두드리기) 및 표백 세척 등의 성과를 거둬 중요무형문화재로 추천됐다. 하지만 기업에 소속된 근로 종사자는 지정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는 40년 가까이 몸소 체험하고 익힌 전통한지 기술들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전승하기 위해 2002년 봉수면 청계리로 귀향해 ‘신현세 전통한지’ 공방을 개소했다.

    신 한지장은 공방 개소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대표적인 박물관과 도서관, 그리고 지류문화재 보존·복원처리 그룹 등 주요한 역사 유물과 관련된 전문기관으로부터 사전 주문제작을 받아 전통한지를 공급하고 있다.

    그는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와 항촉규 뿌리(닥풀)을 국내산으로 고수하고 있다. 예전 의령에서 쉽게 구했던 닥나무는 수량이 부족해 경북과 충청지역에서 위탁 재배해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한지를 만드는데 분산제 역할을 하는 황촉규는 직접 재배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한 장의 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10여 단계의 수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먼저 닥나무를 삶아서 닥피를 벗겨야 한다. 이어 닥죽을 만들기 위해 깨끗한 물에 씻고 으깨기를 수차례 해야 한다. 또 잿물 내리기, 닥 삶기, 세척, 티 고르기, 고해(두들기기), 닥풀 만들기, 닥 섬유와 닥풀 혼합, 초지(종이뜨기), 습지 물빼기, 건조, 도침(종이 주름 펴고 표면 다듬는 과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 전통 한지가 생산된다. 고단한 작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전통한지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서너곳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한다.

    신 한지장은 자신의 체력과 닥의 특성을 감안해 요즘은 1년에 4·5·6월과 10·11·12월 등 총 6개월 정도만 한지 제조작업을 한다.

    신 한지장의 우수성은 여러 가지다. 그의 초지기술은 다른 장인들과 달리 물질이 치밀하다. 닥풀 농도의 조절도 주문 종이의 무게에 따라 다양하게 구사한다. 이 때문에 그의 한지는 다른 공방의 한지보다 강도가 좋고 광택이 뛰어나다. 주문에 따라 섬유의 종류, 배합비율의 조절이 가능해 고문서 보수 등 유물 보존처리에 필요한 다양한 한지제작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외 유물 보존전문가들로부터 꾸준한 제조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구를 함께 하면서 고문서 보수용 한지제작에는 탁월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종이뜨기 후 핀셋으로 티를 찾아 제거하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종이뜨기 후 핀셋으로 티를 찾아 제거하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한지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한지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한지의 표면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이 한지의 표면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8세기 신라시대 경전을 비롯해 고려시대 대장경, 조선시대 문서지,경전, 책지, 서화지 등 다양한 유물 종이를 실견했고 이를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특히 유물 종이를 제작하기 위해 종이섬유 분석 전문가, 보존처리가들과 20여년간 교류하면서 최고의 유물에 사용하는 종이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게 됐다.

    신 한지장이 지금까지 참여한 재현 및 복원작업을 보면 산림청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서 수행한 ‘제조법 미전수 한지종-태지’ 재현 연구, 조선왕조실록복본 사업, 삼성 리움미술관의 사경복원지 복원 사업과 보존처리 및 배접지, 병풍 제작용 한지 제작,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귀중도서 복제본 제작 등 다양하다. 또 천연염색한지 제조, 조선시대 교지용 한지 재현,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복원 용지 개발 등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복원 용지 개발 등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그의 한지는 2016년 이탈리아 도서병리학연구소에서 문화재 복원재료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그의 한지는 이탈리아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15세기 유물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복원 등 유럽 중요 문화재 복원에 사용됐다. 의령 한지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증명한 셈이다.

    그는 “유럽에서 문화재 복원용지를 독점하고 있던 일본 화지를 물리치고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매우 기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한지의 주 재료인 닥나무가 의령에서 많이 재배돼 의령산 닥나무로 의령한지를 제조할 수 있도록 군에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현세 한지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전통한지 제조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의령 전통 한지 제조기술을 잘 계승하고 전수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명현 기자 m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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