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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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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돈이란 무엇인가- 양진석(농협 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 2021-11-17 20: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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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인 NH농협 고성군지부로 첫 발령받아 출근하는 날, 만원권 한 다발과 마주하게 되었다. 상사 한 분이 백만원을 쥐어 주면서 직접 세어 보라고 하였다. 긴장이 되어 잘 되지 않았다. 돈을 세는 데도 요령이 있었다. 단순히 그냥 세는 것이 아니라 왼쪽 손가락의 중지와 약지에 지폐 다발을 끼우고, 오른손 손가락의 첫째를 내리면서 약지를 튕기면 정확하고 빠르게 셀 수 있었다. 은행원이라면 돈을 빨리 세는 것이 필수였기 때문에 방법을 배우도록 한 것이었다. 이렇게 돈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작년 말 퇴직할 때까지 30년이란 긴 세월을 예금, 대출, 외환, 공제 등 돈에 관련된 일을 했다.

    하지만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전적 의미는 ‘상품 교환의 매개물로서, 가치의 척도, 지불의 방편, 축적의 목적물로 삼기 위하여 금속이나 종이로 만들어 사회에 유통시키는 물건’이라고 한다. 돈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돈의 의미도 변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돈이 절실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행복감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을까. 아직 일정 수준을 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그럼 일정 수준이 과연 얼마일까. 지난 14일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의하면 부자가 꼽은 부자의 기준으로 ‘자산 100억에 연소득 3억’이라고 했다. 일반 사람이라면 너무나 큰 액수다. 그럼 100억이면 행복할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100억이라는 일정 수준에 굳이 맞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 일정 수준이라도 경제 활동에 돈이 필요하다.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적은 돈에 있다. 돈의 역사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없으나 잠시 살펴보자면 대체로 물물 교환을 시작해서 돌, 조개껍질, 은, 금, 주화, 지폐, 신용카드, 전화 화폐, 암호 화폐 순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돈이란 ‘돌고 돈다’고 해서 돈이 되었다는 설과 귀금속을 재는 단위인 ‘돈’에서 유래되었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하지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는 돈을 ‘돈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고 한 곳에서 머물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뜻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국은 은 왕조 시대에 ‘개오지’라는 조개껍질을 가치 있는 재료로 보고 교환의 매개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서 조개껍질이 돈이라는 의미가 한자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매매(賣買), 재화(財貨), 자금(資金), 무역(貿易), 판매(販賣), 구매(購買) 등 경제와 관련된 한자에 조개 패(貝) 변이 붙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영어의 머니(money, 돈)는 기원전 4세기 로마 카피톨리움 언덕에 조성된 ‘모네타(Moneta)’라 부르는 여신 주노의 신전에서 주화를 주조했는데, 모네타가 머니(돈)의 어원이 되었다. 모네타 또한 ‘경고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달러’는 1252년 스페인에서 주조해 유럽과 아메리카에 유통했던 ‘탈레로(talero)’라는 은화에서 유래되어 ‘달러’라는 화폐 호칭이 되었다. 영국의 화폐 단위인 ‘파운드’는 로마에서 귀금속 무게를 재는 단위인 리브라(Libra)에서 비롯되었으며, 리브라는 로마 여신의 소유물이기도 했다.

    돈의 역사를 볼 때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머니(money, 돈)에 경고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처럼 식민지 정복, 전쟁, 대공황, 글로벌 금융 위기 등 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물론 전염병에 의한 인명 피해가 더 많았지만 이 또한 돈 욕심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최근엔 순수 자본주의를 넘어 돈이 지배하는 금융 자본주의 시대가 되었다. 즉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도 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양진석(농협 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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