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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직장내 성희롱- 이정희(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창원성폭력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21-11-17 20: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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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내 성희롱이나 성폭력문제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문제 있는 남녀 간의 개인의 일탈로 간주해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2018년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여가부)에 따르면, 성희롱은 남성이 여성에게 행한 경우가 83.6%였고, 연령을 보면 40대 이상의 상급자 남성이 주로 신입사원, 비정규직 여성직원들에게 행했다. 이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내 성희롱은 단순히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희롱사건이 늘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성희롱 사건이 증대했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달리 성인지감수성이 높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받고 자란 요즘 젊은세대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직장문화에 대한 거부반응을 솔직하게 나타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직장내 성희롱실태조사에 의하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의 81.6%는 아직도 피해 발생시 ‘그냥 참고 넘어간다’라고 대답했다.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 ‘고용상 불이익을 당할까봐’,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거 같지 않아서’ 등이라고 답했다.

    성희롱이 일어난 조직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사건의 본질은 문제가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행한 가해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해자의 입장으로 감정이입하여 피해자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하고 일하기 좋은 직장문화를 유지하려면 성평등한 관점의 내부규정을 마련하고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절차에 따른 신속한 사건처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건의 조사, 징계, 결정 등을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자를 위로하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성차별적, 남성중심(형님)의 조직문화를 성찰하며,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정희(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창원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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