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기고] 요소수 부족사태, 타성을 바꿔야 한다- 김상규(전 조달청장)

  • 기사입력 : 2021-11-17 20:34:06
  •   

  • 요소수는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시켜 매연을 저감시키는 물질이다. 1t 트럭의 경우 6000㎞, 일반승용차는 1만㎞마다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0월 중순부터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금지하자 우리나라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 왜냐하면 우리 사용량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요소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은 싼 중국산에 밀려 문을 닫았다. 요소수를 생산하던 기업도 사실 중국의 요소를 수입해서 물만 섞어 파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은 200만대인데, 요소수가 떨어지자 물류대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요소수를 둘러싼 사기, 절도, 매점매석이 발생하고 가격도 10ℓ에 7000원하던 것이 10만원을 주고도 사기 힘들어졌다. 물류대란 조짐에 군 비축용까지 푼다고 하는데 안보가 걱정된다.

    정부가 부랴부랴 호주에서 2.7만ℓ를 수입한다고 하지만 하루 사용량의 4.5%에 불과하고,베트남에서 200t을 수입한다지만 하루 물량밖에 안 된다. 또 러시아에서 수입하려 하지만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웃 일본은 요소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 국내기업이 사용량의 80%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20%도 인도네시아 등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해왔다. 이미 일본은 국제 정세의 변화를 인식하고 대비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등장 이후 세계는 다시 과거의 냉전시대처럼 블록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반도체 배터리 등 중요 소재에 대해 중국과는 별도의 글로벌 공급망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석탄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전력난과 요소수 부족 현상을 낳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흐름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 평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이미 돌입했는데 우리는 모든 국가와의 자유무역이 그대로 작동하리라 믿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종전 선언’같은 평화타령에도 그런 낙관적인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고 본다. 자유무역은 거래 상호간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국제 정세는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국가 간의 관계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전략물자를 생산하고 비축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1967년부터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구리, 니켈 등 전략물자와 원유를 비축해 왔는데, 전쟁을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 비축기술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평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에 도취된 결과 전략물자 비축 등을 소홀히 하고, 물자 비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아까워한다. 요소수 사태는 이러한 우리의 타성과 안일한 사고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상규(전 조달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