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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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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8) 진주 공간이음

사람과 문화, 공간과 예술 ‘이음’의 장

  • 기사입력 : 2021-11-16 20: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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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개의 사람은 인생의 삼 분의 일은 잠을 자고, 깨어 있는 나머지 시간의 절반 동안 일을 한다. 이때 일로 삼는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종사한다는 의미다. 보통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용기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종종 매스컴에서 회자되는 것 역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이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인생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일터를 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표를 던지고 진주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펴고 있는 ‘공간이음’을 찾았다.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 ‘공간이음’ 갤러리 내부.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 ‘공간이음’ 갤러리 내부.

    ◇생면부지 마을서 ‘문화’ 새싹 틔우다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에 있는 ‘공간이음’의 탄생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랜트 업계 회사를 다니던 조경석(38) 대표는 직장에 사직서를 내밀었다. 11년 동안 회사와 집을 오가며 쳇바퀴 도는 일상을 타파하고 평생을 해도 즐길 자신이 있는, 최소한 질리지 않을 일을 찾으려 ‘나’를 탐구한 결과이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아내와 궁리 끝에 조 대표는 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조 대표는 “큰 아이의 ‘낯가림 극복’을 위해 외갓집에서 친구들을 불러다 흙놀이, 물놀이를 자주 했거든요. 봉고차로 애들을 데려다주다 아예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게 시작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공간이음 조경석 대표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공간이음 조경석 대표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공간이음은 이음작은도서관과 갤러리 ‘이음아트웍’, 카페로 구성돼 있다. ‘시간과 사람 그리고 공간을 이어주는’ 복합문화공간이 됐으면 해서 이름을 ‘공간이음’으로 지었다.

    굽이가 많은 산길을 따라 도착하니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1962년 지어진 건물로, 2018년에 리모델링해 이듬해 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빈집을 찾아서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자본금이 부족하니까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죠. 우연히 이곳을 봤는데 마당도 넓고 앞도 탁 트여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결국 예산보다 웃도는 돈을 주고 터를 잡았어요”라고 말했다. 마당에서 바라본 좌측엔 한옥 두 채가 있고 오른 편엔 현대식 건물이 있다. 한옥은 카페로 활용하고 리모델링 때 새로 지은 별채에서 도서관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이음 한옥 카페 내부.
    공간이음 한옥 카페 내부.

    기존 천장을 걷어내자 모습을 드러낸 서까래가 근사함을 더한다. 인테리어에 반년이 걸렸다고 했다. 아내가 디자인을 스케치해서 구상했다.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멋스러운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서다. 경비를 줄이려 조명, 악세사리, 전선까지 부부가 직접 구입했다. 소담한 물건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공간의 단아함을 돋보이게 한다. 조 대표는 “계속 조금씩 손보면서 가꾸고 있어요. 오시는 분들이 기분 좋게 즐기셔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꽃 그림과 ‘논뷰’가 전부인 동네라며 농담하는 조 대표의 말과 달리 계절마다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아이들이 공을 차기도 한다는 넓은 마당엔 나무로 만든 정글짐과 흔들그네, 걸터앉기 아까울 만큼 예쁜 아트큐브벤치가 자리하고 있다. 한옥 한편에 흙놀이를 위한 모래까지 있는 그야말로 ‘웰컴 키즈존’이다.

    새롭게 지은 별채는 갤러리와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새롭게 지은 별채는 갤러리와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공간 이음 갤러리
    공간이음 도서관 내부.

    ◇‘대관료 0원’ 문턱 낮춘 갤러리

    최근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춰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 역시 문턱이 낮다.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건 예술가인 장모님 영향이 크다. 조 대표는 “장모님이 서양화를 전공하고 도자기 공예를 하고 있는 박남이 작가님이세요. 관장으로 운영을 부탁드렸죠”라고 말했다. 보통 한 달에 1~2건가량 전시를 하고 기획, 상설전시가 없을 땐 박 관장의 작품을 전시해 찾는 이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 대표는 “개관 땐 미술학원 작품들을 모아 전시했어요. 경상대 미술교육과 한국화 단체전도 열고요. 무명의 작가들이 그림을 내걸 곳이 없다더군요. 공간은 좁지만 원하는 이는 누구나 전시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관료뿐만 아니라 전시 조건도 없다. 전기료만 내면 된다. 도심에서 벗어난 곳인데 찾는 이가 있냐는 물음에 걱정과 달리 찾는 이가 제법 많다고 했다. 조 대표는 “광고나 홍보를 할 줄 몰라 SNS에 이곳 사진과 하는 활동을 게시했는데, 그걸 보고 진주, 창원 등에서 많이들 찾아오세요. 어떻게 알고 오시는지 저도 궁금해요(웃음)”라고 했다. 또 주변에 정수예술촌 등 공방이 있어 작가들도 관심이 많단다.

    공간 내 도서관은 TV나 스마트폰, 게임기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려 2019년 진주시 작은도서관에 등록했다. 2300여권의 책과 교구들이 빼곡하다. 도서관에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아내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찾다 아동공예지도사, 색채심리상담사 등 자격증도 많이 땄다. 이 밖에도 그림책 수업, 작가 초청 특강도 열린다.

    아트웍에서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전기가마에 굽는 클래스도 마련된다. 어린이, 성인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은 정규수업과 원데이클래스 모두 가능하다. 박 관장의 작품 가운데 일부는 카페에서 아트상품으로 그릇과 컵 등으로 사용된다.

    공간이음 전경.
    공간이음 전경.
    갤러리·도서관 운영하는 진주 공간 이음
    복합문화공간 ‘공간이음’ 외부.
    갤러리·도서관 운영하는 진주 공간 이음
    복합문화공간 ‘공간이음’ 내부.

    ◇온 마을이 ‘예술공동체’ 되길

    처음 공사를 시작하고 문을 열었을 때 동네에서 민원이 많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오가고 주차문제도 있어서다. 조 대표는 동네 주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죽항마을 입구 쪽 벽화작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마당에서 공연이 열릴 땐 이웃들을 초대했다.

    조 대표는 정부와 공공기관 공모사업도 부지런히 찾고 있다고 했다. 마을에서 예술과 문화를 꽃피우고 싶어서다. 주민과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개방하고 독서프로그램과 책, 미술을 접목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조 대표의 일상은 바쁘다. 매일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대관과 전시문의도 응대해야 한다. 또 틈 날 때마다 쓸고 닦고 잡초도 뽑아야 하니 고단할 만한데 조 대표는 “예전 직장생활할 때보다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지고 만족도 크다”고 말했다.

    도서관, 갤러리, 공연장이 멀게 느껴진다면 여기에 발걸음을 권한다. 먼저 따뜻한 커피 한잔 들고 대청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한옥 ‘갬성’을 감상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별채에서 책, 그림도 온전히 즐기면 된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까닭은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어서가 아닐까. 이름 없는 작가의 작품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곳에서 문화의 향기가 더욱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공간이음에서 열린 공연 모습.

    글=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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