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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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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간의 견공(犬公)에 대한 오해-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1-11-16 20: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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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자에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특히 개의 경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논의가 많다. 개고기의 식용이 하나의 전통적 관습이자 풍속으로 되어있는 우리나라 식문화는 국제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여론이 나뉘고 급기야 모당의 대선후보 간 설전도 있었다. 인간이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사냥에서 직접 기르는 형태로 전환된 것은 오래다. 대표적인 동물이 닭, 오리 등의 가금류(家禽類), 소, 돼지 등의 가축류(家畜類)가 있다. 해방 이후 정부 수립에서 축산 동물류에 개가 제외되어 지금의 문제에 이른다. 그러면 개는 고대사회부터 인간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위치였을까? 이를 살펴서 오늘을 볼 필요가 있다.

    자연의 늑대가 순화되어 인간의 생활 속에 들어온 것이 개다. 이후 개로 변한 늑대는 인간과 상부상조를 유지한다. 절후(節候) 풍속 중에 삼복(三伏)이 있다. 이 시기에 개고기 식용이 가장 정점에 이른다. 여기에서 복(伏)이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사람 인(人)과 개 견(犬)으로 되어있다. 보통 이를 풀이하기를 개가 사람 앞에 엎드려있는 형태로 해석한다. 이 해석은 옳지 않다. 1928년 은 왕조의 은허(殷墟) 유적 발굴에서 대형 능묘인 1004호 묘의 현실 바닥 깊은 구덩이에 정장의 무사와 개 한 마리가 묻혀있었다. 그리고 4호 대묘에서도 현실 사방에 8개의 구덩이가 있고 역시 무사 1인과 개가 한 마리씩 묻혀있었다. 즉 사람과 개가 같이 희생물로 순장된 상황을 말하는 문자가 복(伏)인 것이다. 복(伏)은 복예(伏)로, 희생물을 땅에 묻는 것이다.

    진(秦)나라에서는 제사지내는 곳을 복사(伏祠)라 했다. 사기(史記)의 봉선서(封禪書)에 보면 진의 덕공(德公)이 복사를 짓고 개를 잡아 도성의 사대문에 내걸어 고(蠱)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의식은 계절 별로 이루어졌고, 여름철 절기인 초복, 중복, 말복 즉 삼복이라는 말은 개를 잡아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례가 실행되던 시기를 말하는 것이 전해져 정착한 문자이다. 복예는 궁궐, 능묘, 성곽 등의 조성에 희생물을 묻어서 고를 물리치는 의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굴된다는 기록이 있다. 신축 건물에서 주춧돌의 자리를 전기(奠基)라고 한다. 그 아래에 개를 묻어서 건물에 오는 재앙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봄의 마지막 달에 나라에 명해 역귀를 쫓고, 아홉 문에 개가죽을 걸어 제사 지내고 봄기운을 보낸다’ 했고 또 겨울의 마지막 달에도 그러한 제사를 지낸다는 기록이 있다. 복예는 땅속에서 오는 고를 물리침이고, 개가죽을 사방의 문에 거는 것은 바람에 실려 오는 나쁜 기운을 물리침이다. 개를 불에 태워서 그 냄새를 바람에 날려 보내어 고를 물리치는 행위를 나타낸 글자가 연(然)이고, 하늘에 개를 잡아 지내는 제사를 나타내는 글자가 류(類)이며, 염(厭)과 염()은 개를 제물로 바친 제사에서 신이 만족한다는 글자이다. 군대가 출정할 때 개를 희생물로 쓰는 제사가 발이다. 이처럼 개를 잡아서 부정한 재액을 물리치는 제사가 매우 다양하였다. 헌(獻), 유(猷), 기(器), 곡(哭) 등의 글자도 개를 희생물로 하는 제사이다. 모두 개 견(犬)이 붙어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제사 음식으로 개가 쓰임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근래까지 우리나라 내륙에서 초상에 개고기를 쓰고 있다. 이처럼 상고로부터 전래된 풍속에는 개가 재액을 물리치는 의식의 희생과 단백질 공급원으로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개가 인간의 생활 속의 상부상조의 관계에서 나아가 반려동물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는 위치도 갖게 되었다. 모든 애완동물에 대한 감정은 인간의 자연화이자 자연의 인간화이다.

    문화는 일률성이 없음이 특성이고 가치이고 상식이다. 서구인의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그들의 오만일 뿐이다. 그들도 이보다 더한 미개한 식문화가 있다. 그럼에도 그 오만에 흔들리는 우리의 처지는 비극이다. 이제는 이 문제를 세심하게 판단해 보아야 할 때이다. 가축으로 법적 판단하는 경우와 반려동물의 경우를 분리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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