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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라디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11-15 20: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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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퇴근길 운전을 할 때 늘 함께하는 것은 1년 365일 고정으로 맞춰진 라디오다. 15분 남짓 무심코 듣는 라디오는 디제이의 팡팡 튀는 재치와 입담으로 출근길의 긴장감을 덜고, 퇴근길엔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하루종일 곤두세워진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의 사연에 혼자 피식 웃고, 공감하고, 코끝이 찡하기도 한다. 흘러나오는 음악 한 곡으로 세상 누구보다 감성쟁이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방송국이 파업에 들어가며 매일 듣던 라디오에서 두 달여가량 온종일 음악만 흘러나왔다. 처음엔 스트리밍 방송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음악만 흐르는 라디오가 싫었다. 사람 목소리가 그리웠다. 방송이 중단됐음에도 사람들은 매일같이 방송국 홈페이지를 찾아와 저마다의 글을 남겼다. “사람 목소리가 없으니 라디오 같지 않아요.”

    ▼‘라디오’는 햇살, 바큇살, 부챗살처럼 중심에서 어딘가로 뻗어 나가는 ‘살’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디오에는 소리를 내보내는 기계라는 뜻 이전에 빛이나 열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빛과 열의 따뜻함. 그 따뜻함이 멀리 뻗어 나가는 라디오는 공간을 뛰어넘어 따뜻한 공기 속에서 울고 웃고 공감하는 모든 것들을 공유한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처럼 유대를 쌓으며 그렇게 따뜻함을 퍼뜨린다.

    ▼디지털 세상의 이로움에 ‘종이 신문’이 없어질 거라 했다. ‘종이책’의 멸망을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던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라디오도 여전히 함께한다. 라디오가 가진 힘과 매력은 사회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그만의 고유한 멋과 맛이 있다. 사람 구분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올드미디어, 아날로그 라디오를 여전히 듣는 이유, 그건 바로 사람 때문이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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