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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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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 버티며 간호사 꿈 키워요"

“제대로 된 책상 하나 없지만… 척추측만증 통증 이겨내며 간호사 꿈 키워요”
희망나눔 프로젝트(74) 홀로 살며 간호학도 꿈꾸는 열일곱 문영양

  • 기사입력 : 2021-11-08 2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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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든 거요? 그냥 힘들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가족을 떠나면서 할머니 손에서 자란 문영(가명·17)양은 올해 1월부터 혼자 나와 살고 있다. 고등학교와 할머니댁이 멀어 통학에 너무 많은 시간낭비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마저도 저렴한 셋방을 찾느라 학교에서 한참 떨어져 하굣길에는 40분 넘게 버스를 타야 도착하는 곳에 자리 잡았다. 밥도, 청소도, 빨래도 혼자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혼자 일어나 학교를 가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응석부리지 않는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7시까지 도착해 아침청소를 해 봉사활동 시간을 적립한 뒤 자습을 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집에 돌아와서는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해내고 나면 새벽 1시다. 평균 5시간의 취침시간, 힘들 시간이 없다는 말이 이해될 수 있겠다.

    어릴 때 아버지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
    통학 시간 오래 걸려 올해 1월에 독립

    하루 5시간 자며 학교생활·수능 준비
    학원 갈 형편 안돼 온라인으로 공부 보충

    “매년 폐렴으로 입원, 올초엔 섬유종 수술
    소아병동서 느꼈던 감사함 갚고 싶어요”

    지난 2일 창원시의 한 주택에서 문영양과 경남은행 관계자, 창원시 아동보호담당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일 창원시의 한 주택에서 문영양과 경남은행 관계자, 창원시 아동보호담당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3을 앞둔 수험생인데 집 안에는 제대로 된 책상 하나 갖추지 못했다. 척추측만증을 앓는 문영양은 늘상 등 통증을 달고 있지만 좌식 책상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침대도, 매트리스도 없이 방 하나에 행거 하나가 가구의 전부다 보니 어릴 때 즐기던 피아노, 플루트 등의 취미생활은 이제 어렵고 집에선 고양이나 좋아하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쉬는 것이 전부다.

    아침도 매일 걸러서일까, 갑자기 머리에 손 마디 하나 정도의 섬유종이 생겨 올해 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생리주기도 불규칙해 병원에 다니며 약을 처방받았다. 이토록 건강이 좋지 않은데 챙겨먹는 영양제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하나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담담한 얼굴이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어려운 건 없어요.”

    딸처럼 문영양을 키워온 할머니의 걱정도 크다. 손녀가 밥을 챙겨 먹는지 제일 걱정되지만 어지간해서는 티를 내지 않는 손녀이기 때문이다.

    문영양은 명절 때나 방학 때 할머니댁에 가 얼굴을 비추면서 걱정을 덜어드린다.

    내년에 고3이 되는 문영양은 홀로 단단하게 학교생활을 해내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간호학과 진학이 목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매년 폐렴으로 입원했어요. 숨쉴 때 아프니까 새벽에 자주 깼는데 소아병동의 간호사분들께서 한밤중에도 기침소리에 반응하며 잘 돌봐주셨어요. 부르지 않았는데도 달려와서 보살펴주실 때마다 감동을 받아서 언제인지부터 모르겠지만 간호학과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과목도 생명과학이어서 관련 책들도 재밌게 보거든요.”

    입학을 위한 계획도 혼자 준비하고 있다. 학교, 학과별 장단점을 파악하며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지 가늠하고 있는 것. 일단은 취업이 잘 되는 A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영어가 부족하다 느끼지만 1인 기초생활수급자인 그가 질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온라인으로 수업받는 곳을 알아내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다. 학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영어성적이 잘 나오지 않지만 다른 데서 만회하고 수능을 잘 준비해서 간호학과에 꼭 갈 것이라고 했다.

    “소아병동서 느꼈던 감사함 때문에 간호사가 되려고 결심한 거니까 저도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0월 12일 16면 햄버거병 앓고 있는 종민이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51만2000원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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