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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필리핀으로 날아간 제비-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1-11-08 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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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되면 강남 간다는 제비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이 2018년부터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필리핀 루손섬이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어딘가에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루에 300㎞, 총 7000㎞ 이상 이동하여 월동지에 안착했을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4년 동안 밀양과 진주에서 제비에게 이동경로 추적장치인 0.4g의 지오로케이터를 부착하고 이듬해에 회수하여 판독해 왔다. 제비의 ‘강남’이 양쯔강 남쪽이 아니라 동남아임을 밝힌 것이다.

    제비는 봄에 와서 번식하고 가을에 떠나는 여름철새이다. 몸무게 17g의 어두운 청색에, 꼬리 끝이 두 갈래로 길게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 집에 둥지를 짓고 번식하여 예로부터 흥부전에서와 같이 유독 사람과 친근한 새로 여겨 왔다. 이는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제비가 지난 30년간 8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제비 교육은 2008년부터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도움으로 경남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경남교육청이 직접 나섰다. 사업 담당기관인 우포생태교육원은 80개의 동아리를 조직하여 5월마다 2주 동안 서식현황을 조사하는데, 매년 1000개가량 둥지를 찾아 각종 정보를 기록한다. 올해는 제주도교육청도 함께하여 5개 학교가 참여했다. 내년에는 인천교육청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제비보호 네트워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제비 조사는 과학적 탐구와 생물다양성 인식증진에 2배의 효과가 있고, 멸종위기종 보호노력에도 3배나 기여한다는 연구가 있다. 2013년부터 제비 교육을 교류 중인 일본 이시카와현은 학생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제비 조사를 무려 50년째 이어오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초, 4대 비전의 하나로 ‘생태환경교육 대전환’을 선언했다. 전국 환경교육을 선도해 온 경남교육청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지인 한편, ‘기후위기로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느냐?’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제비 교육도 생물다양성 보호를 통해 미래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이다.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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