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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7세 호주병사 도운트- 한국성(경남동부보훈지청장)

  • 기사입력 : 2021-11-08 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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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소풍을 유엔기념공원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잘 정리된 푸른 잔디와 잔디 위로 알록달록한 꽃과 높지 않은 비석은 어린 소년의 눈에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보훈공직자로서 Turn Toward Busan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보니 어릴 때의 그 기억이 아른거린다.

    유엔기념공원에서 지나치기 쉬운 시설물이 있다. 유엔 참전국의 기 게양된 주 묘역과 녹지 공간 사이에 위치한 수로이다. 이 수로는 ‘도운트 수로(Daunt Waterway)’로써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 병사 중 최연소 전사자였던 17세 호주 병사 도운트(J.P. DAUNT)의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 삶(녹지지역)과 죽음(묘역)사이의 경계라는 신성함을 함축하고 있는 수로의 맑은 물속에 도란도란 무리지어 다니는 크고 작은 금붕어들이 보인다. 어린 병사의 자유와 평화를 소망하던 기원이 씨앗이 되어 대한민국이 성장했듯, 도운트 수로 속에서 빛나는 비늘을 키웠을 물고기의 모습을 보며 자유와 평화로움을 느낀다.

    도운트 병사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수로를 걷다 보면 또 하나의 물을 담고 있는 건축물인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를 만나게 된다. 영원한 세계평화와 전몰장병의 영혼에 대한 추모를 의미하는 수반 안에 우뚝 솟아 있는 꺼지지 않는 불꽃 기둥 뒤로 둘러 선 검은색 추모 명비에는 4만896명의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참전한 196만여명의 유엔군, 그중 전사자 3만7902명으로 1만1000여명이 안장돼 있었으나 그들의 조국으로 이장돼 현재는 11개국 2311구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영연방 국가에서는 현충일이다. 미국은 제대군인의 날로 우리의 6월 6일 현충일과 같이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추모하고 감사하는 날이다.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86세)씨의 제안으로 2008년 11월 11일부터 6·25전쟁 참전 전우가 영면해 있는 부산을 향해 ‘Turn Toward Busan 추모행사’가 처음 개최됐고, 현재 유엔군 참전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조성 7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특히, 국민들에게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영국군 참전용사 유해 안장식 거행과 전우에게 바치는 글을 유엔참전용사 대표로서 빈센트 커트니씨께서 낭독한다. 형을 대신해 입대, 참전한 젊은 병사 도운트, 그의 스러지지 않는 젊음처럼,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비에 새겨진 이해인 수녀의 추모헌시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글귀처럼 22개국 유엔 참전국과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헌신에 감사하고, 대한민국의 영원한 평화를 기원한다.

    한국성(경남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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