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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간의 값-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1-03 20: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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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시간의 값은 얼마일까? 굳이 돈으로 계산한다면 시간당 얼마를 버는지 따지면 될 일이지만 우리에게 시간의 값은 일률적이지 않다. 일 때문에 2박3일 가족여행 기회를 빼앗겼을 때 그 시간의 값은 3일치 인건비와 같을 수 없고, 하루라도 젊어질 수 있다면 그 시간의 값은 돈으로 매길 수 없다. 연인과 영화를 관람하는 2시간,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1시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30분, 옛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하는 10분, 우연히 밤하늘에 별똥별을 보는 1초…. 모든 시간의 값은 비싸다.

    ▼10년 전에 상영한 영화 ‘인 타임(In Time)’을 보면 시간의 값어치를 실감나게 느끼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나에게 남은 ‘수명의 시간’으로 구입해야 한다. 커피 1잔은 4분, 스포츠카 1대는 59년.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고 그만큼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어 결국 0초가 되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먹는 것조차 포기해서라도 시간은 아껴 써야 할 소중한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KT의 네트워크 장애로 대부분 국민들이 최장 89분 동안 피해를 입었다. KT는 10배 수준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보상금액을 일괄 감면해 주겠다고 했다. 엄청난 호의를 베푸는 듯했지만 보상금은 5만원 요금제 기준 개인당 1000원이다. KT는 통신 장애 89분의 값을 100원으로 매긴 것이다.

    ▼휴대전화가 불통됐다고 해서 개인의 시간까지 뺏은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개개인의 예정된 여행시간을 뺏은 것과 다름없다. KT가 소중한 개개인의 시간을 철저하게 자사의 통신요금제 기준으로 환산했다는 것에 내가 KT로부터 시간을 받아쓰는 노예로 느껴질 정도다. 그리스의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고 했다. KT의 뻔뻔한 계산에 말문이 막힌다.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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