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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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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치가 답해야 할 것들- 홍재우(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1-10-31 19: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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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대체로 이번 달에 후보 선출을 마무리할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기간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앞으로 4개월 동안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될 것이다. 선거는 이미 시작되었다. 선거의 역할은 국민을 대표할 공직자를 선출하고 정부를 구성하여 권력 위임을 결정하는 데 있지만 사실 이는 선거의 기능적인 부분일 뿐이다. 의외로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누구를 뽑는가도 중요하지만 선거는 그 사회에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 가를 논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 미래를 열어갈 방향을 결정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제대로’된 선거라면 그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 전략을 위해서 이념적이고, 정책적이며, 방법론적인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야 정상이다. 자신이 원하고, 공동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시끄럽게 떠드는 ‘논쟁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한바탕 떠들고 난 후에 우리는 투표장에 나가 평화롭게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그 방향으로 책임지고 갈 사람들에게 권력을 위임하게 된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은 승자는 제시한 방향과 비전을 실행할 책임을, 패자는 그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책임을 진다. 민주적 권력의 승패는 곧 책임의 차이일 뿐이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도 그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투표는 매우 ‘윤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실의 민주주의 정치가 늘 그렇게 운영되지는 않는다. 때로 선거는 온갖 욕망과 추악한 혐오가 악다구니를 치며 부딪치는 판이기도 하다. 정말 물어야 할 질문들을 다루지 않고, 누가 더 더럽고 사악한 가를 겨루는 장이 되기도 한다. 무슨 수를 써서 이기고 상대를 짓밟겠다는 게 선거 경쟁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임은 사라져 버린다.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고르는 것일 뿐이라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거기서 그 나라의 민주주의 질과 품격이 달라진다.

    최근 우리 선거판의 여러 장면을 보면서 피눈물로 쌓아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과연 이 수준이었던가 자문하게 된다. 선거가 패자에게 다음 기회의 존재를 이유로 패배에 승복하게 하는 민주적 장치라는 것을 완전히 부인하며 상대 후보를 선거 후에 구속시키겠다는 협박을 하질 않나, 상대를 정신병자로 부르다 스스로 분노 조절 장애 같은 모습을 보이고, 민주적 선거에 나와 독재를 찬양하고 국민을 조롱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신과 주술의 정치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놀랍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선거를 둘러싼 현 우리 사회의 논쟁이 딱 그것들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건전한 어젠다를 세팅하지 못하고, 포털 기사 클릭 장사에 매몰되거나 스스로 정치 집단이 되고자 하는 언론 탓도 있지만, 정치가 제정신을 차려야 하고, 국민들도 그런 쓰레기 같은 논쟁을 외면하고 이제 진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극심해지는 경제적 양극화는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수도권 집중과 미친 것 같은 부동산 상승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초고령 사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소멸의 위기가 눈앞에 닥친 지방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등교육의 질 저하와 지방대학의 몰락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공동체 파멸적인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은 어떻게 화해시킬 것인가, 더 나은 복지와 더 많은 세금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기본소득론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복지국가론을 강화할 것인가, 근 30년간 진행 중인 북한의 핵 무장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싫어도 영원한 이웃일 수밖에 없는 일본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더 크게는 미중의 세기적 갈등 앞에서 우리는 어떤 국가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그 질문의 목록은 길기만 하다.

    정치는 무엇을 어떻게 답할 것인가? 아니, 우리는 정치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정치의 계절에 앞에 서서 묻는다.

    홍재우(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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