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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동서미술상-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10-28 20: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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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서 열린 ‘대한제국의 미술 : 빛의 길을 꿈꾸다(2018)’ 전시에 동양화가 걸렸다. 구한말~일제강점기 3대 화가로 꼽혔던 김규진의 아들 김영기 서화가가 그린 〈우리 동네〉라는 수묵 채색화다. 여든이 넘어 자신의 유년기 집 주변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으로, 고금서화관 간판이 선명하다.

    ▼고금서화관은 한국 최초의 상업화랑이다. 김규진이 1913년 천연당사진관 내 병설한 공간으로, 일종의 그림 상점이다. 한국화가 김은호는 “개화기에 서화가가 창안한 사진·서화·표구를 겸한 종합적인 화랑”이라고 정의했다. 고금서화관은 지금처럼 작가를 발굴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이미 유명 서화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화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70년대는 상업화랑이 본격적으로 정착하는 시기였다. 다방이 전시공간의 전부였던 당시, 고 송인식 관장이 문화 불모지였던 마산에 화랑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동서화랑 간판은 1973년 올려졌다. 그 후 송 관장이 사재 1억원을 들여 1990년 동서미술상을 만들었다. 수상자는 상금뿐만 아니라 서울아트페어 초대작가로 참여할 수 있었다. 1회 수상자였던 조현계 작가는 “동서미술상은 내 운명을 바꿨다. 문신·변상봉·김형근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뽑아줬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올해부터 창원시가 운영을 맡아 명맥을 유지하게 된 동서미술상이 첫해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창작 여건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상금 규모를 두고 시와 운영위원회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처음으로 시상식이 취소되면서 일부 작가들의 실망감도 커진 듯하다. 미술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동서미술상 30년 역사는 예술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변화의 시작점에 수상자만 빠졌다는 사실이 아쉽다.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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