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시론] 나는 행복한가?-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기사입력 : 2021-10-26 20:27:10
  •   

  •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인 요즘 우리 직원이 “원장님, 일하기에는 너무 날씨가 좋아요. 좀 쉬면 안 돼요?”라고 다소 애교 섞인 농담을 한다. 나는 대답하길 “너는 내가 쉬는 날은 당연히 쉬고 연차도 있잖아. 내가 30살 이상 나이가 많은데 일하는 시간이 많은데?”라고 얘기를 한다. 돌아오는 대답이 “원장님은 돈이 많잖아요”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개업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처음 개업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되었는데 행복지수는 얼마나 올랐을까? 아니면 내렸을까? 참 어려운 문제이다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바는 주관적이지만 객관적 조건들에 영향을 받지 않기는 상당히 어렵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시장에서의 성공이 모든 걸 정당화하고 가능하게 하며 모든 이론을 대체한다. 또한 행복이 기대치에 대한 만족도라 생각하면 대중 매체와 광고, 그리고 SNS는 우리의 기대치를 끊임없이 높여 도저히 만족도가 올라가기 힘들게 하는 시대이다. 시장에서 성공한 극히 일부의 일상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포스팅되고 그걸 계속 보고 있는 현실에서 행복지수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Happiness is frequency, not the intensity.’ 이 말의 뜻은 미래의 큰 행복을 위해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희생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즉, 행복은 그때그때 자주 느껴야 된다. 소확행이 정답이다.

    사람의 모든 행동은 과장하면 행복하기 위함이 동기이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 등이 있지만 소득도 무척 중요하다. 소득 지수가 낮으면 행복 지수도 낮다. 소득이 올라 갈수록 행복 지수도 올라간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소득이 되면 그때부터는 소득이 행복 지수를 올리지는 못한다.

    내가 행복해하는 일은 독서, 산책, 친구이다. 독서는 스스로를 상대로 하는 게임이다. 자신의 호기심과 책이 부여하는 규칙을 따라 자신의 욕망을 쫓아가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책을 보니 내공은 전혀 올라가지 못하지만 책에 빠져들어 잠시 현실을 잊어버리는 순간은 상당히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책을 보면 내용이 없는 나 자신이 내용이 있는 거 같은 착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실 하나에 내용이 있는 사람으로 착각해주니 좋다.

    걷는 건 허리가 안 좋아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일상이 되어 버렸다. 몸이 뇌를 깨운다는 이론을 좋아하는데 일어나기 싫은 날도 억지로 걸으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짐을 자주 느낀다. 산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편안하게 걷는 걸 선호한다. 요즘 계절이 걷기에 좋아 행복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주위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인간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행복을 느낀다. 물론 사람과의 만남이 지옥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혼자 살기에는 많이 부족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다행히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다.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운동을 해도 같이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쉬고 싶은데 상대방에 의해 긴장되는 건 사절이다 그러다 보니 주제도 비슷하고 경제 사정도 비슷한 동료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시 하는 건 겸손이다. 겸손은 본능으로 사실을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기존의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겸손하면 모든 것에 대해 내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항상 내 견해를 옹호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도 없어 행복하다.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행복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있지만 지금의 정보 과잉 시대에서 민족하고 행복하긴 쉽지 않다. 행복한 사람은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자신의 요구를 먼저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타인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