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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위기 맞은 뿌리산업-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10-20 20: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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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아지고 열매가 많아지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아니 그쳐, 내[川]를 이뤄 바다에 가노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으로 지은 최초의 서사시인 용비어천가 2장의 첫 구절이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창국 성업을 노래했지만, 이 구절은 비단 나라의 역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가 튼튼해야 결실이 좋다는 의미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제조업에서도 뿌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분야가 있다. 바로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기술을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뿌리산업이다.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의 기본이자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작금의 국내 자동차, 조선, 항공, IT(정보통신) 등 주력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는 강력한 뿌리산업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根幹)을 형성하는 뿌리산업은 단기간 내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 자본·기술 집약 산업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기술 선진국의 프리미엄 산업으로, 스위스의 손목시계, 독일의 자동차, 이탈리아 핸드백, 영국의 만년필 등도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경남의 뿌리기업 수는 4179개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취업 기피에 따른 고령화, 환경 문제로 야기되는 입지 애로, 납품단가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주52시간제 완화와 함께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지원, 공정한 납품 가격 반영, 청년층 유입 방안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뿌리를 돌보지 않고서 어찌 좋은 결실을 바랄까. 국가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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