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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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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자주국방은 자주급식으로부터- 이강서(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1-10-17 19: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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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말경 휴가 복귀 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된 장병에게 제공된 도시락 사진이 SNS에 게시됐다. 장병들이 직접 제보한 사진에는 반찬의 양이나 수가 모자라고, 밥은 지나치게 많았으며, 국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후 유사한 제보가 계속 이어졌다. 격리 장병에 대한 군 급식 실태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군 급식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와 함께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실 급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문제 원인으로 파악된 급식비 인상, 조리인력 확충, 식재료 조달시스템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관련해 국방부는 내년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 67만6100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병사 1인당 급식단가는 일일 8790원(1끼 2930원)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서울시 초등학생이 1끼에 먹는 3768원에 비해 800원가량 적다. 급여는 높아졌지만 급식단가는 낮아 제대로 된 식단이 구성되기가 어려운 구조다. 다행히 급식 논란 이후 급식단가를 1만원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병사의 급식에 있어 조리병 중심의 군 인력구조 및 낙후된 급식시설과 환경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군 급식 조리인력의 75%에 이르는 비중을 전문 조리인력이 아닌 조리병이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오븐, 야채절단기 등 취사기구 등이 부족해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조리병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대로 갖춰진 식단이 나올 리 만무하지만 최근 정부에서는 군단급에만 두던 영양사를 사단급까지 확대 채용하겠다는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병사 급식에 있어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최근 육군 보병사단 2곳의 입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농축산물 조달품 164개 중 69개 품목의 원산지를 아예 중국·미국 등으로 지정했으며 쇠고기는 뉴질랜드·호주·미국산 제품으로 한정하고 국산 한우고기는 조달 목록에서 아예 배제했다. 돼지고기는 스페인·미국·프랑스 등으로 원산지를 명시했고, 달걀도 미국에서 수입된 액란을 포함시켰다. 특히 김치 종주국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중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를 규격으로 명시했으며 국내에서도 재배되는 당근 배추, 무청시래기는 아예 중국산만 가능하도록 하고, 김치전과 무말랭이는 중국 제조라고도 입찰공고를 했다. 이는 군 부실급식의 원인이 조리와 급양 관리가 본질적 문제임에도 상대적으로 비싼 농축산물 때문이라는 조달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부실급식의 문제를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고 제조되는지도 모를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주어지더라도 요리사가 실력이 없고 조리할 도구가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장병들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 영양사를 더 고용하고 조리환경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지 값싼 외국산 식재료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삼모사한 개편은 개선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편일 뿐이다. 기업에서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하거나 경쟁입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은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아니며 더구나 우리 장병들에게 외국산 농축산물을 보급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방관계자들은 자주국방은 건강한 자주급식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급식문제 해결방안이 되려 총부리로 국내 농축산인을 위협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강서(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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