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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산겸(地山謙)-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0-11 2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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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역(周易)은 중국 주나라 때 역이다. 두루(周) 바뀌는(易) 이치를 논한다는 해석도 있다. 역이란 글자는 해(日)와 달(月)로 이뤄져 시간 변화를 담았다. 이에 주역을 시중(時中)의 학문이라고도 한다. 때에 맞는다는 뜻으로 세상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영어권에서 주역을 ‘변화에 대한 책(The book of changes)’으로 번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난해하게만 느끼는 주역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태극기 가장자리에 건(乾), 곤(坤), 감(坎), 리(離) 4개의 괘가 그것이다. 하늘, 땅, 물, 불을 각각 상징한다. 여기에 태(兌·연못), 진(震·우레), 손(巽·바람), 간(艮·산)까지 합하면 주역 핵심 원리인 8괘가 된다. 세 줄짜리 8괘를 겹쳐 여섯 줄로 만들면 총 64개의 조합이 된다. 이것이 세상사 길흉을 가늠하는 64괘다.

    ▼길한 괘 가운데 하나가 13번째 ‘동인’이다. 하늘과 불의 결합으로 ‘천화동인(天火同人)’이라 한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구하는 괘로 불은 하늘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고 해석한다. 이에 못지않게 좋은 괘가 14번째 ‘화천대유(火天對有)’다. ‘천화동인’이 떠오르는 태양이면 ‘화천대유’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뜬 형상이다. 대유를 ‘큰 수레에 물건을 가득 실었다’고 묘사한다.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회사의 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주역 괘명 덕인지 퇴직금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등 막대한 돈 잔치로 입길에 올랐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 연루 논쟁으로 떠들썩하다. 진실은 드러나겠지만 세상사 종착지는 결국 한곳으로 귀결한다. ‘가득 찬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주역의 가르침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하듯 화천대유 다음 15번째 괘는 ‘지산겸(地山謙)’이다. 지중유산(地中有山), ‘속에 산을 품고 있으면서도 땅처럼 겸손하다’는 말이다. 대유의 가득함을 유지하려면 기고만장하지 말라는 오만에 대한 경고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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