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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불가론(四不可論)- 오태완(의령군수)

  • 기사입력 : 2021-10-07 20: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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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거스르는 것은 옳지 않다. 고려는 명과는 대결할 수 없는 약소국이다’ 이성계가 요동 정벌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로 든 ‘4불가론’의 그 유명한 첫 번째 이소역대(以小逆大)의 내용이다. ‘위화도회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르면 안 된다’라는 이 지침을 요즘 자주 곱씹게 된다. 한국전력공사가 광역화라는 명분으로 한전 의령지사를 진주지사와 통폐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떠한 공론화 과정 없이 급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의령군에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다. 이유는 의령 인구가 적어서이다. 의령이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나라인 공공기관 한전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위화도회군’은 우리 역사에서 누구에게는 현명한 선택으로, 누구에게는 실패한 전략으로 여겨질 것이다. 나는 이런 역사적인 해석보다는 ‘4불가론’을 만들고 실행에 옮긴 이성계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과 가슴에선 나온 ‘용기’를 얘기하고 싶다. 나 역시 ‘4불가론’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한전 의령지사 통폐합에 대한 결론은 ‘4불가론’이다.

    첫째, 명분에 맞지 않는다. 의령 인구는 경남에서 가장 적지만 경남 최대 변전소를 대의면에 두고 운영하고 있다. 경남도 10개 군부 중 고객가구당 전력 판매량은 3위, 전체 전력 판매량은 7위를 차지한다. 인구가 적어 통폐합 대상이라는 명분을 내건 한전의 기준과 타당성은 온당치 못하다.

    둘째, 의령은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이지 미래 추진사업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의령군은 첨단 제조 및 유통물류 중심의 기업 유치를 위해 부림·대의 일반산단을 조성하고 있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함양∼의령∼울산 간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또한 경남미래교육테마파크 조성 등 대규모 공사 발주가 잇따르고 있어 전력 사용량 급증이 불 보듯 뻔하다.

    셋째, 단 한 명이라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 생명은 지켜져야 한다. 의령군에 소규모 수리·수선만 가능한 현장 대응팀만 상주한다면 화재를 비롯한 지진, 태풍, 호우, 낙뢰 등 대형 재난 발생 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받지 못해 생기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넷째, 정부의 지방분권, 균형발전 기조에 맞지 않는다. 한전 의령지사 통폐합 문제는 의령 입장에선 생존과 자존심의 영역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논의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한전 의령지사라는 작은 곶감을 빼 먹으면 우후죽순처럼 다른 작은 자치단체 공공기관 곶감 역시 빼내어 갈 것이다. 의령이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 의령군은 도내 최초로 ‘소멸위기대응추진단’을 설치해 지역소멸위기에 맞서고 있다. 군민들은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라는 ‘설움’을 아는지 눈물겨운 격려를 많이 해주고 있다. 한전이 의령군민의 진심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의령군이 소멸하지 않고, 경남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4불가론’과 같은 것에 힘을 쏟지 않고, 군민이 행복하고 의령이 발전하는 ‘4가론’을 가지고 밤새도록 토론하고 싶다. 한전, 부디 도와달라.

    오태완(의령군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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