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재춘이 엄마 - 윤제림
- 기사입력 : 2021-10-07 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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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 재춘이 엄마는 곧 우리들의 엄마 모습이지요. 오직 하나 마지막 간절함을 다 자식에게 거는 것이 엄마이지요. 세상의 천당과 지옥이 다 재춘이에게 매여 있지요.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지요. 모든 엄마는 다 한마음이지요.
나는 이 시를 먼저 TV광고에서 보았습니다. 이 시를 쓴 윤제림 시인은 카피라이터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부쩍 많이 느낍니다만 광고 카피가 더 시적이라고 느끼는 때가 많답니다. 시란 이렇게 뭉클한 마음 하나를 담아두어야 시(詩)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할 말이 아주 많지만 요약해서 한 마디로 끝낸다면 “재춘아, 공부 잘해라!” 이 말 아니겠습니까? 갑수도, 병섭이도, 상규도, 병호도 다 공부 잘해라. 세상의 엄마들의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마음, 다 이 한 마디 ‘공부 잘해라’.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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