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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공공언어-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0-07 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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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호 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프랑스 언어를 한글로 표기한 ‘팜므 파탈’과 ‘옴므 파탈’이라는 말이 있다. 팜므는 ‘여자’, 옴므는 ‘남자’이고, 파탈은 ‘운명적’이란 의미다. 물론 상대를 파멸시키는 문학적 의미도 숨어 있지만 ‘매력적인 여자 또는 남자’를 뜻한다. 한국말로 듣고 보면 참 단순한 말인데 외국어로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지만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헐리우드가 할리우드로, 발렌타인데이가 밸런타인데이로 바뀌는 등 외국어 한글 표기법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런데도 외국어는 무분별하게, 쉽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반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공기관에서의 외국어 오남용은 심각하다. 지난해 22개 부처별 보도자료 8689건을 분석한 결과 20%에 해당하는 1711건이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중소벤처기업부(54.1%), 과학기술정보통신부(37.3%), 산업통상자원부(32.3%), 국토교통부(24.8%), 보건복지부(22.6%), 교육부(20.7%), 외교부(20%) 등 순으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어 사용은 더욱 급증했다. 어택트, 온택트, 온라인, 오프라인,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를 비롯해 교육계에선 플랫폼, 블렌디드 러닝 등의 수많은 외국어 용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파괴된 한글과 온갖 외국어들이 뒤죽박죽 혼용돼 사용되면서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졌다.

    ▼공공언어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다. 국어기본법상 어려운 한자, 영어 등 외국어를 비롯한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용어 사용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고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더 고급스럽고, 신선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말이 있는 데도 일부러 외국어를 서로 경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쉬운 언어가 소통도 빠르고 효과도 높지 않을까.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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