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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 秋가 주는 메시지- 한일문(창원시 농촌활성화 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1-10-05 2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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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 길가 은행나무의 잎이 진노랑 색으로 변하면서 가을을 알린다. 가을 추(秋)를 풀어보면 벼화(禾)와 불화(火) 두 ‘화’자가 뜻을 합해 벌판의 벼가 황금빛으로 불타고 있음을 연상케 하면서 굶주림이 일상이었을 그 시절 백성들에게 잠시나마 긴 겨울 먹거리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벼는 6000여 년 전 중국 양쯔강 하류에서 처음 재배되어 3000여 년 전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예로부터 충청도 이남지방에서는 벼를 ‘나락’이라고 불렀는데 50대 이상쯤만 되어도 나락이라는 말이 훨씬 편하게 들릴 것이다. 벼는 찰기의 정도에 따라 우리가 먹고 있는 자포니카(japonica)계통과 흔히 안남미(安南米)라고 하는 인디카(indica)계통의 벼로 나눈다.

    껍질을 벗긴 벼는 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는데 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민족의 애환을 증명해 준다. 그중에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라는 말이 있는데 농사를 짓는 집에서는 씨나락(볍씨)을 마치 신주 모시듯 하였기에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결코 먹지 않는 것이 씨나락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씨나락을 그것도 산사람도 아닌 죽은 귀신이 까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기에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상적이지 못한 말을 할 때 빗대어 쓰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했던 쌀도 어느 때부터인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주식의 자리까지 내어주는 듯한 우려감이 든다. 1988년만 해도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연간 124㎏ 정도의 쌀을 먹었는데 지난해 통계를 보면 그때의 절반도 안 되는 57㎏ 정도로 54㎏의 육류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쌀밥 한번 원 없이 먹어봤으면”이라는 말을 노래처럼 불렀던 시절, 민족의 역사상 처음으로 쌀 자급률 100% 달성이라는 쾌거를 접하면서 일등공신이었던 ‘통일벼’는 ‘기적의 벼’라고 불러졌고 50원짜리 동전에 새겨 전 국민이 축하했던 기쁨을 체감한 사람으로서 위축된 쌀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저 쌀을 많이 먹자고 호소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시는 밥’이나 ‘햇반’과 같은 트렌드에 맞는 가공품을 개발하고, 혈당을 낮추거나 아이들의 성장과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쌀을 만들어 낸다면 쌀의 소비는 늘어 날것이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쌀미(米)자를 풀어보면 八(8), 十(10), 八(8)이 된다. 즉 쌀 한 톨을 얻으려면 농부들의 손이 무려 88번이나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하고 있음도 기억하면서 ‘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가을 추(秋)가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슴에 새겨보았으면 한다.

    한일문 (창원시 농촌활성화 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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