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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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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음악 감상 - 윤병무

  • 기사입력 : 2021-09-30 0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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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일 전화 통화 후 나의 동료 직원이 여러 경로를 거쳐

    해고 조치된다면 나도 사표를 준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는 동료 직원의

    인내심으로 조용히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퇴근했지만,

    동료 직원은 어느 술집으로 다시 출근했을 것이다

    다음날 술자리에서 동료 직원은 말했다

    걸려온 전화기에 가득 찬 고함 소리의

    틈새로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는 브람스 음악이

    새어나오고 있었노라고


    ☞ 시가 짧은 콩트 같다, 마지막 반전에 웃음이 새어나온다. 제목 또한 재치가 있다. 블랙 유머라고 해야 하나? ‘웃픈’이라고들 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슬픈 것은 무엇이 “다행인지 불행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숨 막히는 순간들을 숨 쉴 수 있게 하는 ‘틈새’가 필요하다. 너무도 좋아하는 브람스 음악 같은 것이다. 음악은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을 줄 수 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핸드폰 컬러링에 취해서, 넋 놓고 들을 때가 있었다. 순간이지만 전화했던 이유를 잊고 멍하니 아득해졌다, 음악이 뚝 끊긴 핸드폰 너며 “여보세요” 목소리에 그만 화들짝 놀랐던 기억 같은…….

    유희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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