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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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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뉴 블러드 수혈’이라니- 양연규(수필가·전 창원 석동중 교장)

  • 기사입력 : 2021-09-28 19: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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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문제는 뉴 블러드(New Blood)로 수혈해야 합니다.”

    모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한 말이다. 앞뒤 문맥으로 보아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 같다. 아나운서의 책무성은 차치하더라도 요즘 우리말의 사용 실태가 무척 심각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사회 관계망(SNS)에 쓰이는 언어를 보면 외국어(외래어)의 무분별함, 줄임말과 비문법적 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말 속에 외국어를 마구 섞어 쓴다든지 심지어는 기차역 앞에 ‘K&R’이라는 뜻도 모를 말을 안내판과 도로 바닥에 버젓이 적어놓았다고 한다. ‘K&R’이 ‘Kiss and Ride’(환승정차구역)의 준말이라고는 하나 도대체 누구를 위해 안내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산愛 들愛’, ‘eㅐ Gㅏ’(애쓰자)라는 조어는 관공서나 금융기관이 홍보에 이용한 말이다. 공적 기관에서조차 창의적 표현을 내세워 함부로 쓰는 우리말·글의 현실이 안타깝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2020.3) 결과를 보면 제시된 외국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아주 낮은 편이라 한다.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필리버스터’, ‘모빌리티’ 등의 낱말을 이해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로 인해 고령층의 정보 소외 문제가 발생하고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야기된다면 세종대왕의 민본주의 정신은 점차 퇴색해지고 말 것이다.

    언어는 소통이 생명이다. 더구나 위급한 상황이거나 안전과 관련된 일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우리말·글을 바르게 쓰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BRT’를 이해하기 쉽게 ‘바로 타’로 바꾼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여수의 ‘백리섬섬길’이나 진해의 ‘백일아침고요산길’이란 이름은 듣기만 해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우리말이다. 이런 지자체들의 변화와 함께 지역에서의 우리말·글을 가꾸려는 의지도 매우 열정적이다. 대표적으로 한글학회 경남지회와 마산외솔회는 우리 지역의 초·중학생들을 위해 1977년부터 마흔다섯 해째 우리말·글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글날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우리말·글의 주인임을 절대 잊지 말자.

    양연규(수필가·전 창원 석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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