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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보며] 거창 ‘수승대’ 명칭 논란에 부쳐- 이준희(창원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1-09-27 20: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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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강암 암반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많은 선비와 풍류가들이 즐겨 찾던 ‘거창 수승대(搜勝臺)’, 지금은 거창국제연극제 개최 장소와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명성을 얻고 있는 거창 수승대가 명칭 논란으로 시끄럽다.

    거창 수승대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한 화강암 암반으로 긴 계곡 등과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일품인 곳이다.

    ‘안의삼동’은 옛 안의현에 세 개의 계곡이 있어 ‘안의삼동’으로 불렀는데 암반을 따라 농월정·동호정·거연정이 줄지어 있는 화림동, 용추사 쪽에서 이어지는 심진동, 거창 위천 수승대 부근의 원학동이다. 수승대는 조선 시대 안의현에 속해 있다가 일제강점기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거창군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명칭 논란의 발단은 문화재청이 2019년 명승 제35호로 지정된 ‘성락원’이 역사성 논란으로 국가 문화재 지정 해제되자 명승 지정 별서정원 22개소의 역사성 검토를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난 2일 예천 선몽대 일원 등 11개 별서정원의 만든 이와 소유자·변화과정·유래 등 명승 별서정원 역사성 검토 결과를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정원의 만든 이와 소유자, 중수나 중건이 새롭게 확인된 사례도 있었지만 유래가 새롭게 확인된 곳은 담양 소쇄원, 거창 수승대, 담양 식영정 일원 등 3개소인데 이번 공개에 따라 거창 ‘수승대’를 ‘수송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거창 수승대의 이름은 퇴계 이황의 계명시(수승대에 부치다, 寄題搜勝臺)를 따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수승대에 앞서 ‘수송대(愁送臺)’라는 명칭이 삼국 시대 옛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이곳에서 송별할 때마다 근심을 이기지 못하여 수송이라 일컬었다는 설과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조선 시대에는 수승대와 수송대가 혼용되어 불렸다고 한다. 오랫동안 불려왔던 명칭의 연원을 확인함에 따라 지정 명칭을 개칭 이전의 원래 명칭인 ‘수송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지정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 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의 이런 결정에 거창 군민들이 ‘뿔’이 났다. 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역 정서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명칭변경은 철회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중요한 명칭 변경을 시도하면서 주민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구하거나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명칭 변경을 예고한 것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거창군과 지역 기관·단체 대표들은 지난 24일 간담회를 갖고 거창 수승대 지정명칭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문화재청에 건의키로 했다.

    역사를 근거로 한 문화재청의 논리도 일리가 있고, ‘수승대’를 ‘수송대’라고 부를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지역 정서 등을 말하는 거창 군민들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어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지역의 정서와 역사적 의미를 잘 고려한,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남기지 않는 좋은 묘안이 도출돼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준희(창원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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