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진단] 양도 추진 거제대학, 운명은

부산 건설업체에 양도 추진… 지역사회 찬반 팽팽
대우조선해양, 운영난에 넘기기로
200억 기부조건…이사회 결정만 남아

  • 기사입력 : 2021-09-26 20:59:19
  •   
  • 거제시 유일 대학인 거제대학 운영주체 변경을 두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4일 취재결과 대우조선해양은 거제대학과 거제국제외국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세영학원을 부산의 한 건설업체에 양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영학원에 200억원을 기부하는 것이 양도 조건이다. 양 측은 지난달 현장실사를 거쳤으며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의 운영권 양도 결정만 남은 상태다.

    거제대학교 전경. /대우조선해양/
    거제대학교 전경. /대우조선해양/

    ◇대우그룹이 설립한 거제대학= 거제대학은 옛 대우그룹이 1990년 대우조선 내 건물을 임차해 개교한 거제전문대학이 전신이다. 1996년 장승포동에 새 캠퍼스를 지어 이전했다. 설립 초기 대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997년엔 한국전문대학협의회평가 전국7개 종합우수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제대학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으나 힘이 부치자 대우조선해양이 운영을 맡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세영학원을 설립해 거제대학을 운영해 오고 있다.

    세영학원은 거제대와 함께 거제국제외국인학교(ISK)도 산하에 두고 있다. ISK는 대우조선이 자사에 선박 건조를 의뢰한 선주사 측 외국인 직원 자녀를 위해 만든 교육 시설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악화 거제대학 지원 부담= 조선업 불황이 닥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움을 겪자 거제대학 운영비 지원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대학을 인수한 2007년 이후 해마다 10억원 내외의 운영자금을 기부금 명목으로 지원해 왔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이 거제대학에 지원한 금액만 4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을 겪으면서 거제대학 운영비 지원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해마다 10억원을 지원하던 금액도 2년에 한번 지원하는 것으로 줄였다. 지원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환경 변화로 학교 자체 수입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제대학 관계자는 “2014년과 2015년 한 해 100억원에 이르던 등록금도 지금은 60억원 밑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학교 운영비 지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찬반 논란= 거제지역 유일한 대학인 거제대학의 운영권 양도 소식에 지역사회 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대립되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선 지역 유일의 대학을 기업이 자본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처분해선 안 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강학도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은 “인수의향기업은 대표적인 토건개발업체로, 학교 부지가 풍광이 아름다운 곳인 만큼 거제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용지를 팔아 치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에 열정이 있는 건강한 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건설업체가 인수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한다”며 “거제시가 지원하고 양대 조선사가 후원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학교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우 거제대 전략기획팀장은 “수년 전부터 도립대나 4년제 전환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거제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과개편, 시설투자, 우수교원 확보 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거제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운영권 양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안호균 본부장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이 필요할 때마다 기부금으로 운영비를 지원했다면 양도·양수 이후에는 새 운영자가 200억원을 일시에 출연하게 되는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양도·양수 이후에도 학생채용과 산학연구과제 지원, 현장실습, 기술교육 등은 변함없이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내달로 연기해 운영권 양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