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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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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배고픈 시절의 추억- 이용호(밀양시 체육회 자문위원)

  • 기사입력 : 2021-09-23 20: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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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국밥은 부산, 경남의 전통음식이자 남녀노소 즐겨먹는 음식이다. 소뼈 사골로 푹 고아서 구수한 국물을 우려내어 만든 것이 밀양식 돼지국밥이다. 술 먹고 난 뒷날 속풀이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옛날 군대시절 ‘돼지국’이 생각난다. 그때 그 시절 한 달에 몇 번 나오는 특식이다. 군대의 돼지국, 맹물에 고추장을 풀어서 볶은 국물을 만들고 깍두기 반찬 크기로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서 끓인 국이라 취사병이 국자로 식판에 국을 담아주면 정확히 한사람에 고기가 두점씩 들어왔다. 굳이 맛을 볼 필요도 없이 담는 순간부터 특유의 누린내가 진동을 한다. 담긴 돼지고기는 대부분 두꺼운 껍질부분이었고 거의 예외 없이 털이 숭숭 박혀 있었다. 고참병들은 국물도 제대로 못 먹고 대부분 버렸다. 그러나 졸병들은 그것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오늘날 돼지국밥과는 너무나 달랐다. 왜 그 시절에는 맛없는 요리를 했을까. 보릿고개 시절을 지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참 진행되던 시절이었다. 그 아련한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긴장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항상 불안한 마음이었다. 고된 훈련 뒤 땅바닥에서 먹는 짬밥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토록 땀을 흘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건더기 없는 된장국, 푸석푸석한 짬밥에 깍두기 두 개, 이토록 꿀맛일 줄은 정말 몰랐다. 먹어도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픈 졸병시절, 밥알 하나 깍두기 한 개라도 더 먹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쌀 한톨이 이렇게 소중한 것을 그전에는 왜 몰랐을까.

    대한민국 남성으로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자부심이었다. 가족들과의 이별, 친구들과의 이별, 익숙한 모든 것들과의 단절이었다. 이처럼 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3년간의 생활이었다. 그때 그 시절 하루하루 버티고 지내던 날들이 힘들긴 했지만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얻었고 좋았던 일 슬펐던 일 모두 같이 동고동락하며 친해진 전우들과의 추억이 되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따듯한 전우들과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용호(밀양시 체육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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