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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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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수확 앞둔 농부의 마음-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9-14 20: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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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에는 아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 초가을이다. 올해는 나락에 목도열병이 심하게 번져 올 농사도 많이 망쳤다는 농민들의 푸념이 일고 있다. 농부는 흉년이면 흉년인대로 걱정이고, 풍년이면 쌀값 떨어질까봐 걱정인 현실이 애달프다. 마치 소금장수와 우산장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심정이랄까. 이제 수확기를 맞이하는 일만 남겨 놓은 농사꾼으로선 분주하던 봄날과 뜨겁던 여름을 지나 오랜만에 느긋함을 맛보는 시기이지만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하니 또 걱정이다.

    ▼지난 2018년에는 한여름 고온 현상으로 벼 이삭에 수정이 잘 되지 않아 흉년이 들었고, 작년에는 폭우와 섬진강댐 방류로 많은 논밭이 물에 잠겼다. 올해도 뒤늦은 가을 장마로 병해충이 극심해 이미 평년작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연이은 흉년에다 쌀값마저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인삼재배 농민들은 도매시장에서 파삼 값이 평년의 40~50%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5~6년간 공들여 재배한 인삼을 갈아엎었다. 충북 보은군 탄부면 상장리의 한 농가가 지난 13일 파삼(가공용 원료삼) 값이 급락한 인삼을 산지에서 직접 폐기했다. 폐기한 농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농민들은 그저 농산물값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풍년농사 지어서 스스로 뿌듯한 농심을 마음껏 품어보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사가 바로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농사를 천하의 근본이라 여기지 않는 인간의 마음이 결국은 하늘마저 농민을 저버리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이번 주에 또 태풍이 온다고 한다. 한 어르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추석을 앞둔 초가을, 농심은 무겁고도 어지럽기만 하다. 이번 태풍은 무사히 잘 지나가서 농민들에게도 풍성한 이번 추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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