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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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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사랑의 언어로 안아 주자- 양연규(수필가·전 창원 석동중 교장)

  • 기사입력 : 2021-09-14 2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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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래 들어 청소년 문제가 언론에 자주 거론된다. 고교생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 오게 하고 폭력까지 행사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어떤 중학생은 마스크를 쓰라는 70대 노인에게 욕설을 하며 대들었다. 이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처벌을 원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동의하는 사람이 1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기사화되면 학교는 무척 곤혹스럽다. 학교가 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무한정 학교만을 질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할머니 폭력 사건에 대한 댓글에는 학생에 대한 처벌과 신상 공개, 부모까지 밝히라고 한다. 심지어는 목숨과 관련된 폭언도 난무한다. 이어지는 댓글들에서 강한 폭력성을 느낄 때가 많다. 한편, 아이들은 매스컴을 통해 남을 칭찬하기보다 약점을 들추어내고, 비방을 하며 싸움만 하는 어른들을 본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그런 폭력의 언어를 가르치고 사랑이 없는 인간관계를 보여주지는 않았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사 시절, 학생들과 함께 시골의 작은 교회에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교회에는 전도사 부부가 열 분이 넘는 무연고 노인들을 모시고 있었는데 대부분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이었다. 그곳은 모 여고에서 학교 징계를 받은 학생들의 봉사활동 장소로 정할 만큼 노인들에 대한 섬김이 남다른 곳이었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전도사님이 한 손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두툼하게 감고 있었다. 이슬에 젖어 부풀려진 화장지는 대문 옆 화장실에서 멀리 할머니들의 숙소로 이어졌다. 볼일을 본 할머니의 바지에 두루마리 화장지가 끼어 마당을 거쳐 방에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것이다. 그간 노인들에 대한 전도사님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며 마음의 변화를 보이던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울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전도사님의 모습에서 진솔한 사랑을 보았던 것이다. 학생들은 남은 봉사활동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베풂의 힘이 그들을 변하게 했다. 빨래와 목욕 봉사도 스스로 했다. 사랑으로 바라보고 따뜻이 안아주면 우리에게서 떠난 아이들이 빨리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양연규(수필가·전 창원 석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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