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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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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4) 창녕 우포늪생태체험장

자연 품은 창녕 우포늪, 예술도 품다

  • 기사입력 : 2021-09-07 21: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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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와 마을주민들이 손잡고 창녕 우포늪 일대 마을에 예술의 향기를 더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창녕의 작은 마을에 찾아와 창작에 몰두했고, 그 결과 자연과 생명을 담은 생태미술 작품들이 탄생했다. 온 마을이 갤러리가 된 셈이다. 예술이라는 옷을 입혀 사람과 자연,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우포생태마을 프로젝트’의 무대 우포늪생태체험장을 찾았다.

    창녕군 대합면 주매마을에 위치한 우포늪생태체험장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우포늪의 생태환경을 그대로 축소한 수생식물단지로 총 면적이 8만9400㎡에 이른다. 2015년 준공된 이곳엔 국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내륙 습지인 우포늪의 생태 체험과 자연 학습, 동식물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수족관과 라이브존, 학습존, 디지털 수족관, 체험존, VR존으로 구성돼 있다.

    ‘태고의 신비’ 우포늪 생태환경 그대로 축소한 수생식물단지 ‘우포늪생태체험장’
    생태마을 보존 위해 국내외 예술가·주민 손잡고 ‘마을미술 프로젝트’ 추진
    산책로·마을 곳곳 대나무 등 자연 재료로 우포늪 생태 표현한 미술 조형물 설치

    자연 흐름 따라 소멸 때까지 전시해 자연·예술 어우러진 ‘마을갤러리’ 탄생
    꿈다락 프로그램 등 운영도… “주민들과 함께 생활 속 공공미술 넓혀 나갈 것”

    창녕군 대합면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 오상훈(왼쪽) 사무국장과 김은아 기획자가 생태미술 작품 안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녕군 대합면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 오상훈(왼쪽) 사무국장과 김은아 기획자가 생태미술 작품 안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2층 전망대에 오르면 체험장 야외 전시장과 산책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싱그러운 숲에 가슴이 탁 트인다. 가시연꽃과 물옥잠이 핀 데크를 따라 걸으니 예술작품이 하나둘 눈에 띈다. 자연스레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이 궁금해졌다.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오상훈 사무국장이 ‘마을미술 프로젝트’ 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지역주민들이 생태를 보존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알게 된 게 첫걸음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창녕군 대합면 우포늪생태체험장.
    창녕군 대합면 우포늪생태체험장.

    2009년 예술뉴딜 정책 일환으로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는 공공미술사업으로, 현재까지 전국 100여개 마을이 이 사업을 통해 고유한 이야기와 문화, 삶의 모습을 반영한 미술마을로 변모했다. 특색 있는 미술작품으로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마을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예술작품을 접는 향유의 기회를 누리고 미술마을을 통한 지역재생과 경제 활성화 파급 효과가 생긴다.

    오 국장은 “우포생태 미술마을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마을주민들이 함께 창녕 우포늪일대 마을들을 가꾸는 문화사업입니다. 이곳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고민하다 자연주의 재료를 활용한 작품을 전시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습지보호구역인 이곳을 보존하면서도 생태관광 활성화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제격인 프로젝트죠”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박봉기 전시감독 등 담당자들과 자연미술제로 유명한 공주와 양평 등을 찾아갔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우포마을에 맞는 콘셉트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생태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방향을 정했다. 경남메세나 매칭사업 등 공모를 따내 사업비를 마련하고 국내외 작가들을 초빙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마든 작품들. Water Spring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마든 작품들. Water Spring
    성게 식물
    성게 식물
    숨

    우포늪생태체험장의 자연을 배경으로 설치되는 작품들은 자연물을 재료로 활용해 태고의 신비를 지닌 우포늪 생태를 표현한 미술 조형물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소멸될 때까지 전시된다. 작품들은 우포늪 인근 유어면 세진마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세진마을 예술산책로’는 세진마을 입구 주변을 따오기 관련 조형물과 우포늪 일대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산책로 바닥의 조각 작품으로 표현했다.

    오상훈 국장, 김은아 기획자와 함께 생태체험장 내 산책로를 돌며 작품을 살펴봤다. 큐레이터로 변신한 오 국장은 “‘성게 식물’이라는 이 작품은 대나무와 철근이 쓰였어요. 작가가 제주의 성게와 창녕의 대나무에서 태어난 성게식물이라는 상상 속 생명체를 만들어 낸 건데, 긴 삶과 거대한 모습으로 신비로운 생태를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했다. 840개 대나무를 360도 빙 둘러 표현한 이 작품을 위해 인근 대밭에서 1200개 나무를 베었다고 했다. 이어 오 국장은 “이 작품 이름이 ‘숨’인데, 폐의 형태에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의 혈관을 표현했어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잘 맞는 작품이죠”라고 말했다.

    처음 작가들이 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마을 지척에 있는 나무, 황토, 철이 주재료다 보니 썩어 없어질 걸로 왜 만드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영국, 인도네시아, 몽골 등 해외에서 온 작가들이 밤낮없이 나무를 깎는 것을 보고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오 국장은 “보통 작품 만드는 기간이 15~20일 정도 걸리거든요. 신기한 게, 주민들과 작가들이 언어가 안 통할 텐데 의사소통이 돼요. 원하는 재료를 다듬고 정리 정돈해주더라고요. 밤에 작업할 땐 어두우니까 주민들이 차량 전조등을 켜주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기억입니다”라고 회상했다.

    작가와 마을주민들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위한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작가와 마을주민들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위한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작가와 마을주민들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위한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작가와 마을주민들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위한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처음부터 조형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은 지금도 작품에 애정이 많다. 자연주의 재료를 활용하다 보니 비, 바람 영향을 많이 받아 종종 떨어지기도 하는데 관계자들이 발견하기 전에 먼저 찾아와 알려준다고 했다.

    체험장과 차로 1분 거리에 우포마을공작소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예술을 빚는 곳이다. 이곳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김은아 기획자는 자연과 호흡하는 창의적 작품활동으로 우리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프로그램마다 가족 단위(회당 최대 6명)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인기가 좋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참여 모습.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참여 모습.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참여 모습.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참여 모습.

    우포생태 미술마을 사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자연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작품 제작 과정과 완성된 작품 소개, 계절과 날씨에 따른 작품 배경 변화 영상 등을 온라인으로 공유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

    오 국장은 전시마다 작가들이 운영하는 DIY(Do It Yourself) 체험부스를 연다고 했다. 간단하지만 작가들이 직접 작품의 취지를 설명하고 특색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오 국장은 “전시회 때만 반짝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이곳에 스며드는 예술로 마을을 가꾸고 싶어요. 시간을 오래 걸리겠지만 주민들과 함께 생활 속 공공미술의 영역을 넓혀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아름다운 우포의 마을엔 지친 몸과 마음을 감성적으로 어루만지고 위로해줄 치유의 작품들이 기다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광과 생태 감수성은 덤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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