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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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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의고사 시험지 이리 허술하게 관리해왔나

  • 기사입력 : 2021-09-06 20: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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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능력 평가 잣대인 시험지 유출 사건이 도내 고교에서 발생했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3학년인 해당 학생은 모의평가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교실에 놓고 간 아이패드 펜슬을 찾기 위해 밤에 교실을 찾았고, 나오는 길에 진학 상담실에 있는 우산을 가지러 들렀다가 모의고사 시험지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봉투의 봉인을 풀어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이후 익명으로 대화 가능한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대학생에게 문제 풀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대학생이 국민신문고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시험지 유출 사건은 매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중 초·중·고에서 모두 15건의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한 해 몇 건씩 부정행위가 나타난 셈이다. 교사가 시험지를 몰래 빼내 학생에게 넘겨준 경우도 있고, 학생이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내간 경우도 있었다. 이같이 시험지 유출 사태가 계속되자 지난 2018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시험지 유출 근절을 위해 각 시도의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을 강화하고, 인쇄실 및 시험지 관련 시설에 대해 CCTV 설치를 추진했다. CCTV 설치율이 지난해 9월 기준 99.2%로 사실상 전국 고교의 시험지 보관시설에 이런 보안시스템이 설치돼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데도 시험 문제가 이리 쉽게 유출됐다는 것이니 보안 관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잠금장치가 있는 교무실 등 평가관리실에 보관돼 있어야 할 시험지가 진학 상담실에 버젓이 놓여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풀이를 요청받은 대학생이 이를 거절한 후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유출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을 정도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니 보다 자세한 내용이 드러나겠지만, 수사에 앞서 학교의 시험지 관리체계에 대한 통렬한 지적은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와 수사를 통해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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