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촉석루] 내 마음속 금메달리스트- 장진화(아동문학가·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8-09 20:38:22
  •   

  • 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와 명장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중 필자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은 남자 육상 높이뛰기 결선경기에서 본 우상혁 선수의 얼굴이다.

    한국육상 25년 만에 높이뛰기 결선에 오른 우상혁 선수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보아왔던 긴장감 가득한 선수의 얼굴이 아니었다. 관중석에 앉은 관계자들을 향해 두 손으로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가 하면, 큰소리로 ‘가즈아’라고 외치며 달려가 2.35m 바를 가뿐하게 뛰어넘어 한국신기록을 경신하고는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방방 뛰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2.39m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거수경례하고 난 뒤 다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은 한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할 만큼 보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고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장애로 인해 짝짝이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오히려 더 당당하게 경기를 즐겼던 우상혁 선수는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내 마음속에 금메달리스트로 남았다.

    ‘때로는 정말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져….’ 미국의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기계체조 단체전에 출전했다가 정신적인 부담감으로 한 종목만 뛰고 기권했던 시몬 바일스. 끝없는 도전을 강조하는 스포츠에서 바일스의 기권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정상급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큰지 공감할 수 있었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주었다.

    긍정의 에너지로 경기를 즐겼던 우상혁 선수, 그리고 예전처럼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림픽 경기에서 기권을 선언했던 시몬 바일스. 이 두 사람을 통해 나는 내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돌이켜보게도 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 즐길 줄 아는 용기 있는 선택으로 함께 이겨나갔으면 한다.

    장진화(아동문학가 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