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1년 10월 18일 (월)
전체메뉴

[동행취재] 폭염을 뚫는 사람들 (2) 산청 딸기농장 이말숙 농민

50℃ 넘는 하우스에서 ‘땀으로 짓는 농사’
모종 하우스 내부는 숨 막힐 정도
환풍기·천장 그늘막으론 역부족

  • 기사입력 : 2021-08-05 20:59:21
  •   
  • 4일 오후 3시 산청군 단성면의 한 딸기농장 앞. 오전 5시 반부터 오전 11시까지 딸기 모종 하우스에서 한 차례 일을 한 이말숙(49) 농민이 오후 작업을 재개하기 위해 하우스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모종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하우스 곳곳에 환풍기를 설치하고 하우스 천장에 그늘막을 2개나 덮었지만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를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는 이말숙씨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 뒤로 한유진 기자가 이파리 제거 작업을 돕고 있다./성승건 기자/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는 이말숙씨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 뒤로 한유진 기자가 이파리 제거 작업을 돕고 있다./성승건 기자/

    “너무 덥지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하우스 내부는 57~60도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작업할 때는 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단단히 여며야 합니다. 더위에 작업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면 몰라도 처음 이면 많이 힘들 텐데….”

    이씨는 양손 곳곳에 딸기 모종 작업으로 생긴 생채기를 보이며 기자에게 단단히 당부했다.

    “저쪽에서 모주의 이파리를 제거하면 됩니다. 그래야 자모에 영양분이 가서 건강한 모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이파리가 무성한 딸기 모종들이 가득했다. 해당 작업은 원래 같으면 7월에는 전부 마무리해야 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5940㎡ 정도의 땅에서 딸기밭 6동, 모종하우스 2동을 혼자서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그만둔 이후 인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들어오는 인력이 없는 까닭에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기 힘들어지고 한여름에 힘이 되어주었던 농활도 끊겼다. 주말이면 지인들이 딸기 농장에 와서 일손을 보태주는 게 전부다.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는 이말숙씨 이마에 굵은 땀방울들이 맺혀 있다./성승건 기자/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는 이말숙씨 이마에 굵은 땀방울들이 맺혀 있다./성승건 기자/

    그와 함께 가위를 들고 모주의 이파리를 제거한 지 30분째,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진행하는 작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작업복은 물론이고 머리카락 마저 땀으로 흥건해졌다. 이씨는 이파리 제거 작업이 끝난 모종 앞에서 모주와 자모 간 연결되어 있는 줄기 중 까맣게 타들어간 건 잘라내는 또 다른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연결된 모종들 마저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더운 하우스 내부에서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열을 식히기 위해서 모자 속에 아이스팩을 넣거나, 물수건을 머리에 얹고 일하는데 오늘 깜빡하고 챙겨오지 못했네요. 땀이 수도꼭지를 틀어논 것 마냥 계속 흐르네요.”

    이씨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이따금씩 땀이 눈으로 들어갈 때면 그는 따가워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이말숙씨와 한유진 기자가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이말숙씨와 한유진 기자가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 여전히 바깥 기온은 34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폭염에 대비해 가장 더운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하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9월 초·중반까지는 모종을 다 키운 후 딸기 밭에 심어야 11월 중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밭에 심는 게 늦춰지면 늦춰질 수록 수확 시기가 늦어지며 딸기 가격도 떨어진다. 그런 까닭에 그는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날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모종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해 뜨면 집 밖을 나와 날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기 전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오후 7시 30분 정도까지 일하고 들어갑니다. 과거 학생 운동을 하며 ‘8시간 노동’ 쟁취를 외치기도 했었는데…그런 제가 밤낮없이 일을 하고 있네요.”

    딸기 농사 경력 20년차인 그를 비롯해 농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폭염도 문제지만 현재로선 ‘인력부족’이라고 말한다. 인력부족은 농민을 힘들게 하고 결국 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이말숙씨와 한유진 기자가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산청군 단성면 한 딸기농장 모종하우스에서 이말숙씨와 한유진 기자가 모주의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6월 경북 의성에서는 잦은 비에 마늘 수확 인건비로 일당 16만원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2만7000㎡의 마늘밭을 갈아엎는 일이 있었다. 이렇듯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자에 노동력을 의지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의 입국이 어려워지며 인력 수급에 직격탄을 맞았다. 천정부지로 올라간 인건비를 주고도 노동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씨 역시 “용역을 쓰려고 해도 일당 18만원 정도를 불렀다”며 온전히 농민이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건 이미 오래된 문제예요. 별다른 대안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노동력을 의존해왔죠.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이 막히면서 유례 없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죠. 이 땅에서 농업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촌 인력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한유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