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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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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창녕의 매운맛- 김춘석(창녕군의원)

  • 기사입력 : 2021-08-04 2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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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은 매운맛을 좋아한다. 이 사랑은 유별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통에 가까운 최고 단계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매운맛의 재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추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매운맛은 고추보다 마늘이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초기엔 붉은 색깔 음식이 없었다. 고추가 다소 늦게 우리 역사에 등장하였기에 이전에는 거의 마늘로 해결했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나 이집트로 추정된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500년경에 축조된 피라미드 벽면에서 노무자에게 나누어준 마늘의 양에 관한 기록도 출토되었다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마늘이 단군신화뿐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재배의 역사가 길며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디 이른 피서 다녀왔냐고 물었다. 얼굴이 타서 내가 봐도 한 보름 바닷가에서 그을린 얼굴 같아 보이긴 했다. 나의 피서지는 바로 창녕의 들판이었다. 창녕에 양파 시배지가 있고 재배도 많이 해 유명하지만 전국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임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약방의 감초처럼 한국인의 식탁에서 기본이 되는 마늘은 창녕 들판의 기운을 받아 잘 자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오신채의 하나로 우리 밥상에 없어선 안 될 식재료가 마늘인데 수확시기에 일손이 부족해서 농민들이 애를 먹었다. 올해는 코로나 시국이라 단기 이주노동자도 부족했고 잦은 비, 인건비 상승 등 정말 힘들었다. 5~6월 창녕의 농촌에선 지게작대기라도 빌려 쓰고 싶은 법,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며칠 일손을 보태고 현장을 다니다 보니 얼굴이 건강한 구릿빛이 됐다. 얼굴은 새까맣게 탔지만 적은 힘이나마 보탰다는 마음에 더없이 뿌듯했다. 다행히 올해는 마늘 가격도 괜찮아서 고생한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창녕의 특산물인 양파와 마늘을 이용한 더 많은 가공식품들이 개발된다면 농민들의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다. 창녕의 건강한 먹거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코로나를 이기는 힘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김춘석(창녕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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