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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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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버리든지 벼리든지-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1-07-28 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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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다. 지금 농촌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중병에 걸린 지 오래인데 왜 못 살릴까? 그동안 농촌을 살리는 집도의 역할은 누가 해왔을까? 정부가 칼을 들긴 했지만 그 수술 결과는 참혹하다. 시대착오적 외과 수술로 암세포만 온 몸으로 전이된 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칼을 버려야 한다. 제대로 벼리지도 못한 녹슬고 무딘 칼, 이제 내려놔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고 실효성 없는 정책과 화수분처럼 예산을 쏟아붓는 일, 바로 멈춰야 한다. 다른 치료법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작금처럼 상처만 덧나게 하는 외과 처치보다는 차라리 자연치유가 낫지 않을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농촌살리기’ 의사가 되어야 한다. 자연치유를 주도하는 의사(醫師)도 되고, 농촌 독립운동을 하는 의사(義士)도 되어야 한다. 실제 대한민국 농촌 가운데 살아남은 곳은 지역민들 스스로 의사가 된 경우가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살 의지가 없는 환자를 의사가 살리기 어렵듯, 스스로 일어설 의지가 없는 농촌도 살리기 힘들다. 그러니 이제 우리 농촌도 정부의 정책이나 예산에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살아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산소호흡기를 뗄 즈음에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무엇보다 하향식 정책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이 엄청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할 수 있는,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최첨단 지식인인 시대이다. 그래서 그 지역 주민들이 뭐가 문제인지 뭐가 대안인지 더 잘 안다. 수요자인 국민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 농촌에 볕뉘가 들고 있다. 경제, 사회, 교육, 환경, 코로나 대비 등 이런저런 이유로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처럼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볕뉘 정도가 아니라 햇볕 한바탕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농촌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 방법, 그 의지만 확고하면 천지빼가리로 많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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