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성산칼럼] ‘쌀의 날’ 의미- 양진석(농협 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 2021-07-28 20:09:05
  •   

  • ‘쌀의 날’은 8월 18일이다. 2015년 정부와 농협이 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키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함께 제정했다. 이날은 쌀(쌀미:米)을 풀어쓰면 八十八(팔십팔)로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부의 손길이 여든 여덟번 정성을 들여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쌀의 소중함은 알지만 ‘쌀의 날’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심지어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주식은 쌀이다. 쌀과 관련된 속담이나 용어는 너무나 많다. ‘쌀독에 인심 난다’ ‘밥이 보약’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다된 밥에 재 뿌린다’ 등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아침 문안 인사로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 동네 어르신을 만나면 “식사 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어른들이 하니까 따라했다. 쌀 대신 부엌 기둥에 매달린 광주리 속 보리밥을 볼 때면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 식사(食事)는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음식을 먹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힘든 시대였다.

    요즘에도 타지에 있는 부모와 자식들의 전화 통화에서 서로 하는 첫 마디가 “밥은 먹었니?” “예” “식사 하셨습니까?”라고 안부를 묻는다. 부모는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라고 했다. 누구나 먹고살기 힘들었던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인사법이라고 하지만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밥을 매개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여름인 6~7월에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북쪽 오호츠크해 냉기류와 북서태평양 온기류가 서로 만나 뚜렸한 전선을 형성하는 지점이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서로 만나 세력 싸움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전선을 형성하여 오랜 기간 비가 오는 것을 장마라고 한다. 장마로 인해 비가 오는데 벼는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특정 시기에 적당하게 비가 와주면 벼는 잘 자란다.

    벼는 씨에서 발아해 성숙할 때까지 120~180일이 소요된다. 벼 생장기, 즉 여름인 6~8월에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인 것이다. 이 생장기에는 물과 더운 바람이 벼에게 도움이 된다. 벼 발아 최적 온도는 30~34℃이다. 사람에겐 다소 덥지만 벼는 적당한 온도가 된다. 알맞은 기온과 농업인의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요즘 들녘에는 녹색 물결로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황금 들녘으로 출렁일 날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농업인의 마음은 무겁다.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7㎏으로 1990년에 비하면 무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58g으로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하루에 불과 한 공기 반 정도의 쌀을 먹는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 쌀 시장은 2015년 개방됐지만 아직도 MMA(최소 시장 접근) 물량은 그대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즉 지난 20년간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일부 물량(40만t)을 계속 수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은 쌀 시장을 일찍 개방한 결과 MMA 물량은 20만t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MMA 물량이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쌀은 제과, 주정용, 건설현장 식당 등에 판매되고 있으나 매년 남아도는 쌀의 보관 비용은 만만찮다. 여러 단체들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쌀 소비 감소와 의무 수입 물량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업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모두 이날 하루만이라도 쌀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양진석(농협 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