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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배려의 가치-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7-22 2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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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시가 추진하는 고양이학교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밌다.

    고양이학교는 섬마을 폐교를 활용한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를 말한다. 한산면 용호도 용호분교를 리모델링해 진료실과 격리실, 사료보관실 등을 갖추고 구조된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학교 운동장은 고양이 놀이터로 활용된다. 고양이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공연·축제를 열고 통영 수산물을 활용한 펫푸드 사업과 고양이 기념품 사업에도 도전한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고양이를 집단으로 가두면 고양이 복지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밀식하면 없던 병도 생기는데 혹시 코로나19처럼 알지 못하는 병원균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일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고양이학교는 섬마을에 고양이를 방사하는 개념이 아니라 최소한의 고양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경남에서만 수천마리의 유기동물이 안락사를 당하고 있어 통영에서는 적어도 고양이만큼은 안락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각자의 주장에 옳고 그름은 없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 두 주장 모두 새겨들을 것이 있다.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최악의 보호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곳이었다. 지역의 한 동물병원에 맡겨 관리하던 보호소는 축사 한 편에 산더미처럼 쌓인 가축분뇨 바로 옆에서 악취와 함께 관리되고 있었다. 당시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안락사 비율은 8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입양률은 전국 최하위인 6.3%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입양률 40.8%로 경남의 유기동물보호소 중 가장 높고 안락사 비율은 1.6%로 가장 낮다. 한 동물보호단체의 고발 이후 고성군이 발 빠르게 조치한 덕분이다.

    지난 19일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과 같이 여기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 조항이 신설되면 장기적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가 국민의 인식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한다. 반려동물은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한 손에 반려견 가슴줄을 잡고, 또 다른 반려견을 가슴에 안고 가는 모습은 가족 그 자체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등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일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배려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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