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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어쩌나 휴가-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1-07-22 20: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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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여름휴가도 물 건너갔다. 꼼짝없이 집콕 신세다. 안전안내문자는 수시로 울리고,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 줄 모른다. 이 와중에 델타 변이까지 극성이다. 올여름쯤엔 마스크 벗는 날 올 줄 알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다. 아이들은 네 번째 ‘코로나 방학’에 들어갔다. 엄마들은 돌밥(돌아서면 밥 차린다) 전쟁과 보육 대란 치를 생각에 몸서리친다. 7말8초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도 휴가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가족 말고는 5인 이상 모여 본 기억이 까마득한데, 사적모임이 다시 4인으로 제한됐다. 코로나 블루(우울)와 레드(분노)를 넘어 블랙(절망과 암담함)에 이른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일상화된 비난의 정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펜데믹’으로 번질 기세다. 자영업자들의 절규, 취준생들의 한숨, 어르신들의 고독, 취약계층의 눈물 속에서 또 한 번 여름의 절정을 맞았다.

    ▼모두가 힘든 계절. 이게 다 더위 때문이다. 코로나에 지쳐있던 마음이 폭염에 무너진다. 높은 습도는 짜증을 돋운다. 쓸데없이 예민해지고 툭하면 신경질이다. 무더위에 녹아내린 감정조절 스위치는 자꾸 오작동을 일으킨다. 불끈 화가 났다가 질끈 머리도 아프다. 바깥은 찜통인데, 이상하게 마음의 온도는 냉골이다. 배려도 관심도 의욕도 차갑게 식어간다.

    ▼모든 걸 코로나 탓, 더위 탓으로 돌려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득해진 마음으로 다시 휴가를 생각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휴식이다. 마음의 휴식. 이번 여름휴가는 ‘마음을 돌보는 시간’으로 채워보자. 찬찬히 나를 들여다보고 쓰다듬고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4차 대유행에도 흔들림 없이 코로나에 맞설 수 있도록 말이다. 휴가(休暇)를 휴가(休家)답게 집에서 먹고 자고 쉬면서, 이왕이면 홈캉스(홈+바캉스)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좋겠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는 말의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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