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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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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의? 딜레마에 빠지다-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 기사입력 : 2021-07-20 2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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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지 가득 쌓인 책 한 권을 다시 꺼냈다.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국내에서 2010년 5월에 1판 1쇄를 찍은 후 아직도 서점가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솔직히 하버드 대학의 정치철학 강의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책의 대중성과는 달리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 제목처럼 ‘정의란 무엇인가’ 딱 하나만 명쾌하게 답을 찾아 보고자 했다. 여전히 정답을 써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시 책을 뒤적거린 보람은 있었다. 답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를 엉뚱한 곳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의 본문이 아니라 옮긴이의 글에서 말이다. 저자인 샌델의 수업은 학생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어떤 행동이, 어떤 판단이 옳은 행동이고, 옳은 판단인지 물음을 던지는 책이라는 것이다. 답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기에 있었다.

    필자가 이 시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또 다른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권력자들이 내세운 정의의 틀 속에 갇혀 살았다. 제5공화국은 ‘정의 사회 구현’을 4대 국정 지표 중 하나로 내세웠다. 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 너무나도 다른 정권 탄생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의 정의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뿐만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골로 등장하는 ‘정의’가 이번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마다 정의가 다르고, 여당 야당의 정의가 다르고, 국민의 정의는 다른 것인가? 또다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선택적 정의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일까? 최근 정치권에서 선택적 정의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현 정권이 이념과 정파에 따라 편을 나누고 자기편의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택적 정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의 선택적 정의를 문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선택적 정의는 정의인가, 부정의 인가?. 정의는 보편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부정의다. 선택적 정의를 부정의로 규정하면 플라톤의 지적처럼 선택적 정의는 탐욕스러운 행위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힘의 논리에 따르는 한, 부정의가 정의를 이긴다. 이 배경에는 자신의 몫 이상의 이득을 가지려는 인간의 탐욕이 놓여있다. 사람은 탐욕 때문에 남을 이길 힘이 있으면 정의보다 부정의를 쫓는다. 정의보다는 부정의가 탐욕을 더 채워주기 때문이다’라고 부 정의의 문제를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정의라는 단어를 놓고 이렇게 딜레마에 빠져본 적은 없다, 그래서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심오한 철학적 개념을 빼고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정의라는 것은 한마디로 개인의 도리, 개인 간 도리, 사회 구성원 간 도리가 포함된 ‘올바른 도리’ 라는 것이었다. 도리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이다. 쉽고 단순하고 명쾌했다.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바르게 하는 것, 장관은 장관으로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정의롭게 행하는 것이다. 정의롭게 산다는 것이 정치권에서는 어려운 숙제일지 몰라도 우리 국민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해 왔다. 정의로움을 놓고 국민을 더 이상 딜레마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길은 권력자들이 올바른 도리를 지키는 것 뿐이다.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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