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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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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농촌이 유토피아를 품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1-07-14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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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토피아(Utopia)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이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유토피아(有土彼我)는 가능하다. ‘그와 나 사이에 흙이 있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말이다. 적어도 농촌에는 흙이 있으므로 유토피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씨앗을 심으면 새 생명을 돋게 하는, 흙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는 상상할 수조차 없지 않은가.

    사실 농촌은 우리 곁에 늘 있었으나 잊고 있었던 유토피아이다. 물론 지금은 유토피아는커녕 디스토피아에 가깝지만 말이다. 유토피아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먹고사는 걱정이 없고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세상이다.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 공동체의 발전과 자연스레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농촌에서 유토피아가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유토피아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 생태계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농촌에는 환경오염을 비롯한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시 복원시키는 힘, 즉 자정능력이나 항상성(恒常性)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농촌이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일하고, 잠자고, 놀고, 공부하고, 출산하고, 치료받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제 농촌은 자연친화적 삶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존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비록 적잖은 곳이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지만, 생태적 삶의 구현공간, 도농상생의 융합공간, 협력과 공생의 학습공간으로서 농촌의 본질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런 일을 누가 해야 할까? 정부가? 정부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우리 농촌이 이 모양이 되었을까? 그러므로 농촌유토피아 만들기는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맞다.

    다행히 농산어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한 민간의 움직임이 도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미 함양을 필두로 고성, 거창, 남해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농촌을 ‘어디에도 있는 곳’ 유토피아(有土彼我)로 만들어보자. 농촌이 유토피아를 품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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