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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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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0) 창원 주책방

좋은 책·좋은 생각·좋은 사람이 함께해서 좋은 책방

  • 기사입력 : 2021-07-14 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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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슈퍼, 빵집과 함께 동네마다 자리하던 책방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2년마다 발표하는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3589곳, 2015년 2116곳이었던 서점이 2019년 1917개가 됐다. 도내 의령군엔 책방이 한 곳도 없다.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인터넷서점이 많아진 데다 유튜브, SNS와 익숙해진 세대들이 활자로 된 책과 점점 멀어진 탓이다.

    비디오대여점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서 벗어나 최근 동네책방들이 부지런히 자구책을 찾고 있다. 책만 파는 곳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의 변신도 그중 하나다. 인기 작가를 만날 수 있고, 그림책, 독립출판물 등 일반서점에서 찾기 어려운 다양한 책을 취급해 창원 책 마니아들에게 ‘핫플’로 소문난 주책방을 찾았다.

    책 좋아하는 아줌마
    카페 못지않은 아기자기
    개성 만점 인테리어로
    독립출판물 서가까지 갖춘
    동네 작은 책방 열어

    SNS서 인기 끌며
    독서모임·작가와의 만남
    독서동아리 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글쓰기·그림책 수업 계획도

    책 매개로 문화활동 전개
    막 시작한 ‘주책방출판사’서
    지역 관련 그림책 출간 예정
    환경 관련 책 읽다
    ‘제로 웨이스트샵’ 오픈도

    “코로나 끝나면 사람들과
    바닷가 뛰면서 쓰레기 줍는
    ‘플로깅’ 활동과
    문화·환경 등 다양한 분야
    선한 영향력 주고 싶어요”

    창원 성산구 사파동 주책방 서가.
    창원 성산구 사파동 주책방 서가.
    주선경 대표가 독립출판물 서가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다.
    주선경 대표가 독립출판물 서가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다.

    ◇‘애서가’ 아줌마, 책방지기가 되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에 있는 주책방은 주선경(38)씨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주택가에서 차량 내비게이션 안내가 종료됐다. 몇 번 두리번거리다 사파고등학교 정문 앞 주택 반지하에 위치한 이곳을 발견했다. 흰 배경에 검은 색의 심플한 ‘주책방’ 간판을 찾아 문을 열었다.

    문을 밀자 지면보다 아래에 위치한 ‘ㄷ자’ 형태의 널따란 책장이 한눈에 보인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가면 책의 온기와 마주할 수 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큰 규모의 서점은 4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책방의 시그니처인 서가 왼쪽엔 좌식공간이 있고 그 옆엔 잠시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인 원형 테이블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일 안쪽에는 독립출판물을 모아 놓았다.

    북 큐레이션이나 인테리어가 보통 감각이 아니다. 책방 주인이 궁금해졌다. 지방에 있는 작은 책방이라고 촌스럽거나 대충 만들기 싫었다고 했다. 주선경 대표는 “작가냐, 출판업계 종사자였냐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책방 열기 전에 그냥 책을 좋아하는 아줌마였어요. 독서모임도 참가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였는데, 집 주변에 좋은 공간이 있어 책방을 열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책방이 알려지는 데 이름 덕도 많이 봤다고 했다. 주 대표는 동네이름을 따서 ‘사파책방’으로 할까 고민하다 주책방으로 이름을 정했다.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띄어읽기 잘해야 해요. 주책 방 아니고요, 주책방이예요. 제가 주씨라서요. 주로 책을 파는 곳이라는 뜻이냐, 주(酒)류를 파는 책방이냐 묻는 분들도 계세요.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 쉽다고 하시니 잘 지었나 봐요.”

    독립출판물 서가
    독립출판물 서가.
    주책방 베스트 도서
    주책방 베스트 도서.
    원형 테이블
    창원 성산구 사파동 주책방 서가 내부.

    ◇책과 독자 잇는 공간= 책방지기 입맛에 맞게 꾸민 개성있는 서가가 책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카페 못지않게 예쁜 인테리어도 한몫했다. 책을 구매한 후 재미 삼아 콕 찍을 수 있게 마련한 ‘장서인’이나 여고생 교환일기 같은 손님들의 방명록 등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아이템이 눈에 띈다. 주 대표가 ‘책 팔아 책 사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책방엔 대략 1500권의 책으로 그득하다. 독립출판물을 내놓을 곳이 생긴 작가들에게 이곳은 새 무대가 됐다.

    책방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게 됐다. 마음 편히 책수다를 떨 수 있는 독서모임을 운영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20~40대가 주를 이루고 여성독자들의 비율이 훨씬 많았다. 주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로 쉬어가기로 했는데, 아쉬운 분들이 많으세요. 여건이 되면 또 진행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가와의 만남도 종종 연다. ‘혼자가 혼자에게’ 산문집을 낸 이병률 작가, ‘잠깐 선 좀 넘겠습니다’의 최원석 작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의 요조, 임경선 작가도 이곳을 찾았다. 우연한 기회에 작가를 초빙하기도 하고, 창원청년비전센터와 함께하는 ‘청년을 읽다-부크타카’와 같은 컬래버 프로그램도 있다. SNS에 북토크 공지를 올리면 금방 마감이 된다. 책을 수용적으로 접하던 독자들이 폭넓게 참여할 기회를 기다린다는 방증이다.

    독서동아리 학생들도 찾는다. 학교에서 종종 견학 문의가 오는데 편하게 찾아 달라고 했다. 전업작가가 아니어도 좋아하는 책을 쓸 수 있도록 글쓰기, 그림책 수업도 열 계획이다.

    주책방 추가 사진
    작가와의 만남.
    주책방 추가 사진
    1인칭 글쓰기 수업 모임./주책방/

    ◇책 매개로 문화활동= 처음 책방을 열 때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문을 연 2019년엔 책 판매량이 기대보다는 괜찮았다. 인터넷서점과 달리 정가로 판매하지만 분위기 덕분인지 찾는 단골도 많아졌다. 운영할 만하다 싶었다.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기 전까지는.

    주 대표는 “꾸리기 어렵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에서 책 사는 게 불편하잖아요. 그래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발걸음하는 것 잘 알아요. 올해 몸이 아파 몇 달 쉬었거든요. 폐업할까 고민도 했는데 의리를 지키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운영해보자, 힘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운영이 쉽지 않다지만 주 대표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꿈꾼다. 이제 막 시작한 ‘주책방출판사’도 그중 하나다. 올 3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가을께 마산의 초록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처음 출간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지역민만 아는 책이 아니라 어느 곳 누구라도 관심 가질 만한 양질의 도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주책방 추가 사진
    주책방 내 ‘제로 웨이스트샵’.

    지난 5월부터 주책방은 ‘제로 웨이스트샵’을 열었다. 이 역시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환경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육식을 하는 것에, 플라스틱 쓰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무해한 날들을 꿈꾸는 주 대표는 기존에 쓰던 물건들보다 편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지만 나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자 싶었다. 좌식 코너에서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 천연수세미, 다회용 빨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를 채워가는 ‘리필 스테이션’도 운영하고 있다.

    주책방을 찾는 이들과 코로나가 종식되면 조깅을 하면서 바닷가에서 함께 줍는 운동인 ‘플로깅’ 활동도 하고 싶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 운동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취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주책방의 서가에서도 책방지기가 보였다. 주 대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변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방이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고 싶어요. 플로깅도 그 일환이고요. 우리 책방에 오는 분들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세요. 쉽게 발걸음해 책과 재밌게 친해질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당부도 덧붙였다. “책방에 대한 관심에 항상 감사하지만, 책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관심끌기용 사진은 자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창원 성산구 사파동 주책방.

    글·사진=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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